은행
기업은 투자 대신 저축...가계는 저축 대신 투자
뉴스종합| 2019-03-12 09:54
예금증가율 4년째 역전
가처분소득 ‘쏠림’ 심화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지난해 기업 예금 증가율이 가계 예금 증가율을 2배 넘게 앞섰다. 기업은 돈을 벌고도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개인은 노후를 위해 빚까지 내가며 투자에 나서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425조8788억원이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8%로, 같은 기간 가계예금 잔액 증가율인 3.1%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경제 이론에서는 가계를 저축의 주체로 보고, 금융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설명해왔다. 실제 2014년 기업 예금 잔액은 321조2660억원, 가계 예금은 530조5398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기업이 3.4%, 가계가 5.7%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예금 증가율이 기업은 8.3%, 가계는 5.4%로 역전됐다. 2016년에는 기업예금이 전년보다 383조4597억원으로 전년보다 10.2%나 늘었고, 가계예금은 580조7260억원으로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7년에도 가계예금은 전년보다 3.3% 성장하는데 그치면서 600조111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해 기업예금은 4.0% 성장했다.

전체 은행 예금 중 기업의 비중은 2000년 26.0%에서 지난해 30.5%로 4.5%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의 비중은 59.8%에서 44.3%로 15.5%포인트나 줄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기업 비중은 2000년 14.2%에서 2017년 20.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 몫은 62.9%에서 56.0%로 떨어졌다.

기업의 소득이 늘고 있지만 투자나 임금, 배당으로 환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는 대출까지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자산을 묶고 있고 고령화 때문에 저축 통계로 잡히지 않는 보험사 퇴직 연금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단체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960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66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2017년 보고서에서 1980년에는 글로벌 기업의 저축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미만이었는데 2010년에는 15%까지 높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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