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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버닝썬, 경찰을 불태우다
뉴스종합| 2019-03-12 11:31
클럽 ‘버닝썬’이 경찰을 불태우고 있다. 사건 초기 수사 주체였던 강남경찰서는 수사 대상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압수수색 때마다 ‘뒷북’ 비판이 따른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경찰의 해명은 번번이 뒤집혔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받아오려던 경찰의 ‘큰 그림’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조명되는 ‘장자연 사건’과 방용훈 사장에 대한 어설픈 ‘무혐의’ 결론 의혹도 경찰에겐 악재다. 못 믿을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도 되겠냐는 지적이다. 100만 경찰 가족이 ‘팔라완 햇빛(버닝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건 초기 경찰은 버닝썬 수사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여러 경찰들은 ‘지금이 어느 땐데…’로 시작하는 해명들을 내놨다. 강남 클럽과 강남 경찰의 유착에 대해선 ‘그럴 수가 없는 구조’라 했고, 클럽 내 마약 유통 가능성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몇십억씩 버는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하겠냐’고 했다. 이후 한달. 경찰과 클럽 유착은 경찰발전위원회를 통해 이뤄졌던 것이 확인됐고 클럽 내 마약 유통은 광범위해 10여명이 입건됐다. 마약 공급선이 확인되면 입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가져온 이후에도 비판 여지는 차고 넘쳤다. 경찰이 버닝썬과 서울 역삼지구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14일이다. 광수대가 사건을 맡은지 보름도 넘게 지나서였다. 경찰이 곧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란 사실은 공공연했다. 심지어 버닝썬의 일부 손님들까지도 알 정도였다. 강남 클럽 아레나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찬가지였다. 압수수색은 암행성과 밀행성이 기본이다. 기본이 안갖춰진 강제 수사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은 남았지만 현재로선 성공적 압수수색 가능성은 낮다 것이 중론이다.


버닝썬 사건 탓에 경찰이 곤혹스러운 것은 향후 100만 경찰 가족의 명운을 가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 여론을 기반으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받아오려던 경찰이다. ‘경찰이 수사는 참 잘하더라’는 평가가 나와야 할 판국에 경찰-클럽 유착 의혹이 나오고, 클럽 내에서 마약을 유통했겠냐는 경찰 고위 관계자의 안이한 상황 판단이 불거졌다.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경찰의 정보 수집이 허술한 장면도 여러번이었다. 경찰은 버닝썬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언론 보도가 나온 다음에야 인지했다. ‘그럴 리가 없다’던 경찰의 호언은 때마다 뒤집혔고 그래서 사건 초기 ‘다 지나간 취객 폭행사건’이라던 경찰의 해명에 다시 눈이 간다. 수사 의지가 없던 경찰이 분위기 탓에 마지못한 수사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다.

빅뱅 멤버 승리에 대한 수사도 어설펐다. 한 언론 매체가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하려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야 경찰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경찰은 전날 승리의 출국금지 사실을 밝혔고, 승리는 연예계에서 떠나겠다고 했다. 2차북미정상회담 당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승리가 경찰에 출석한 것 역시 승리의 ‘기획 출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직 경찰과의 유착, 승리의 혐의 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서 경찰은 아직도 이렇다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수사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경찰 조직에는 피해가 적게 갈 수 있을 딱 그만큼의 ‘신의 한수’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찰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승리는 오는 25일 입대한다. 민갑룡 청장은 전날 승리가 입대하더라도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승리의 신병이 일단 군에 귀속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사는 탄력을 받기 어렵다. 현행법상 승리의 입영 연기는 승리가 구속 됐을 때에만 가능하다. 승리가 군에 입대하는 걸 두 손 놓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면 경찰이 매를 맞는 것은 불가피하다.

성기윤 사회섹션 사회팀 기자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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