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존엄한 삶의 마침표 위해…‘연명의료결정’ 대상 범위 확대
뉴스종합| 2019-03-29 09:44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개정령안 시행
-대상 시술에 수혈ㆍ혈압상승제 투여 추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모든 말기환자 가능


[사진설명=연명의료결정법 개정으로 모든 말기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말기 환자의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작된지 1년 만에 대상이 확대된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란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통증의 완화 등을 위해 신체적ㆍ심리사회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정부는 무의미한 치료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존엄사를 허용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을 지난 해 2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1년간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이행한 임종기 환자는 총 3만 6224명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국민은 약 11만 5000명이었다. 이 중 사전의료의향서에 근거한 경우가 293명(0.8%), 연명의료계획서에 근거한 경우가 1만1404명(31.5%)이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위해서는 환자의 의사능력이 있을 때는 환자 본인이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고 담당의사가 확인해야 한다. 만약 환자의 의사능력이 없지만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전연명의향서와 의사 2인의 확인과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필요했다. 환자의 의사도 확인할 수 없을 때는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연명의료에 해당하는 의학적 행위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체외생명유지술(심각한 호흡부전ㆍ순환부전 시 체외순환을 통해 심폐기능 유지를 도와주는 시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그 밖에 담당의사가 유보·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시술도 연명의료 시술에 추가된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대상도 확대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담당의사와 함께 작성한다. 이때 말기환자는 법령 개정 전 4개 질환(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간경화)에만 제한됐다. 하지만 이제 질환에 관계없이 ‘말기환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면 모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환자가족 범위도 조정된다. 현재 환자가족 범위는 19세 이상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으로 촌수의 제한이 없었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형제자매가 포함됐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19세 이상의 ‘배우자, 1촌 이내의 직계 존속·비속’이 우선 해당되고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2촌 이내의 직계 존속·비속’이, 이에 해당하는 사람도 없는 경우 ‘형제자매’의 확인이 필요하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말기환자의 임종과정 여부 판단절차도 간소화된다. 기존에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함께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호스피스 전문기관 담당 의사 1명의 판단만으로도 임종과정 여부를 허용할 수 있다.

또한 환자가족 전원 합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행방불명자를 신고된 날부터 ‘3년 이상’에서 ‘1년 이상’ 경과한 사람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시에 행방불명된 가족 구성원으로 인해 합의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해당 환자의 가족을 확인하는 서류도 지금까지는 가족관계증명서만을 요구했으나 개정 이후에는 제적 등본 등 해당 환자의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라면 가능하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이번 개정 법령 시행을 계기로 연명의료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바람직한 임종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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