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4·3 보선 D-2…현장을 가다] 통영 “경제머리 있으면 누구든…”
뉴스종합| 2019-04-01 11:31
정점식 “민·관이 조선소 인수”
양문석 “고용 1만개 창출” 어필


경남 통영 중앙동에 있는 통영중앙시장 일대에 걸린 선거 유세용 현수막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

“조선소 문 닫고 집 떠난 사람 천지 아니요. ‘경제 머리’만 있으면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창원 북신동 50대 직장인)

지난 주말 경남 통영에서 만난 시민 상당수는 오직 경제에만 초점 맞춰 투표에 나설 기세였다. ‘보수 텃밭’ 경상도답게 자유한국당의 우세로 보였지만, 경제만 살린다면 누구든 괜찮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

통영 시민들이 경제를 강조하게 된 데는 최근 급변한 지역 사정 탓이 크다. 통영에는 한때 세계 16위 규모의 조선소가 자리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한 후 그 후유증에 2015년 문을 닫았다. 이른바 ‘신아SB조선소 사태’다. 조선소발(發) 불황은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중앙시장에서 지역특산품을 파는 김모(35ㆍ여) 씨는 “상가마다 빈 집이 넘친다”며 “우리 건물주도 불안한지 올해 처음 임대료를 내려줬다”며 했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런 점을 파고들었다. 애초 한국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으로, ‘통영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을 내세워 승기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의 주요 공약이기도 한 이 정책은 민ㆍ관이 합작법인을 만들고 조선소를 인수한 후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무전동 통영시청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박모(49) 씨는 “(정 후보가)고민한 티가 난다”며 “지금 시장ㆍ군수 모두 더불어민주당인데, 이들이 들어서고 뭐가 달라졌느냐”고 했다. 중앙동에 있는 통영중앙시장에서 만난 무역업자 이원섭(38) 씨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너네가 한 번 해봐라’는 마음으로 지방선거 때 민주당을 뽑아줬다”며 “그런데 달라진 건 없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아예 자리를 비웠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양문석 민주당 후보도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꽤 많은 이가 그의 ‘일자리 1만개 창출’ 공약을 기억했다. 통영중앙시장 일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40ㆍ여) 씨는 “조선소는 박근혜 전 정권 때 이미 파산 상태여서 그때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며 “얼마나 (민주당을)밀어줬다고 벌써 실망하는지, 좀 더 믿어야한다”고 했다. 지역특산품을 파는 A 씨는 “저번에도 민주당을 다 찍어줬다”며 “모처럼 민주당 바람이 불때 잘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통영을 돌아본 결과,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소(小) 지역주의’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통영고성 선거인단은 17만9182명으로 집계됐다. 통영 13만2991명, 고성 4만6191명으로 통영이 근 3배 많다. 정 후보는 고성, 양 후보는 통영 출신이다. 이 때문에 지연으로만 보면 양 후보도 해볼만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국당 쪽에서도 이를 염려해 통영 출신의 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차관을 밀어줘야한다는 주장이 공천 직전까지 제기됐다. 통영시청에서 만난 오모(52) 씨는 “우리끼리 지역주의를 해서 뭐하느냐”며 “경제만 잘 알면 되지, 통영 출신이든 고성 출신이든 아무도 신경 안쓴다”고 했다.

통영=이원율ㆍ유오상ㆍ홍태화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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