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자기애 강할수록 부정 성향 강해”…박유천 거짓말 논란, 범죄심리교수 분석 보니
뉴스종합| 2019-04-30 09:35
- “자기애 강할 수록 ‘이것은 사실 아냐’ 부정성향 강해”
- 사설 간이 검사로 ‘마약반응 피할 수 있다’ 확신 의심도

배우 박유천이 경찰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박유천은 지난 29일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 사실에 대해 모두 시인했다. ‘결단코 마약을 한적이 없다’는 기자회견을 한지(10일) 꼭 19일 째 되는 날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결단코 마약을 한적 없다’던 배우 박유천이 결국 마약 투약 사실을 시인하면서 박유천의 심리 상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양성 반응 결과와 이에 따른 신병 구속이 박유천이 혐의 사실을 시인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부정과 시인’의 경로를 박유천이 밟았다고 설명하면서, 사설 시설에서 박유천이 마약 약물 검사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보탰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부정 성향이 강하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부인키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정하는 성향이 일반인 대비 강하다”며 “마약 검사를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바닥으로 떨어지는 충격파가 크기 때문에 인정 속도가 느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정의 전 단계인 ‘부정 단계’가 그만큼 길어진다는 얘기”라며 “기자회견만 아니었다면 연예인 재기도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모두 어려워진 상태”라고 말했다.

박유천은 지난 17일 1차 경찰조사 당시 온몸에 있는 털을 모두 밀어버리는 ‘온몸 왁싱’ 상태로 경찰에 출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머리도 염색한 상태로 출석했다. 말하자면 마약 성분이 검출될 수 있는 단초를 모두 삭제하는 경로를 선택한 것이다. 통상 모발이나 체모의 경우 6개월 가량 마약 성분이 남아있다. 소변이나 혈액 등에선 수일만 지나면 마약 성분이 모두 몸에서 빠져나간다.

때문에 최소 한달 이전에 했던 마약의 경우 소변 또는 혈액에선 성분 검출이 어렵고 그나마 모발과 체모만이 경찰이 그가 마약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 자료였다.

경찰의 수사가 빛난 부분은 4월 16일 실시된 박유천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과수가 박유천의 체모에서 마약 성분을 검출한 것 역시 16일 압수수색 당시 박유천의 다리에서 확보한 다리털에서 마약성분이 나왔다는 결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박유천의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고, 결국 박유천 본인으로부터 마약 투약 혐의를 시인하는 진술까지 받아 낸 상태다.

배우 박유천과 함께 마약을 했다고 진술한 박유천의 전 연인 황하나. 박유천의 구속과 마약 투약 혐의 시인은 모두 황하나의 입에서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박유천이 경찰 조사 이전 사설 시설에서 마약 간이 검사를 한 뒤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내놓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마약에 사용되는 화학성분이 자신의 몸에서 나왔는지 여부를 경찰조사나 기자회견 이전에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화학성분 검출은 일반 시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만큼 그정도의 확신이 없었다면 기자회견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약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검출되는지 여부를 시험키 위한 사설 시설은 시중에 적지 않다. 단돈 몇만원만 주면 검사 하루 내에 관련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광고글도 온라인 상에 넘친다.

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유천이 기자회견에서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이미 그가 사설 검사를 통해 마약 검출 결과를 피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국과수의 역량과 한국 경찰의 수사력을 얕본 것이 박유천의 결정적 패착”이라고 말했다.

박유천이 구속된 이후 심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을 개연성도 크다. 박유천이 마약 투약 사실을 시인한 것은 구속된 이후 경찰조사에서였다. 뚜렷한 물증에도 불구하고 계속 혐의를 부인할 경우 법정 선고 형량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마지못해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교수는 “박유천의 변호인이 박유천을 설득했을 개연성이 있다. ‘마약 초범은 비교적 형량이 낮은데 마약 투약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자’는 취지로 변호인이 박유천에게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천은 필로폰 성분이 체모에서 확인된 뒤에도 “어떻게 필로폰이 체내에 들어갔는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한편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박유천이 전날 오전부터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및 구매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경찰 조사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면서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천은 또 “황씨와 다시 만나게 되면서 마약을 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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