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이후 법인세 ‘0%’ 기업 2배 늘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세금 환급 받아…마이너스 세율 적용 기업도
美 민주당 비판 목소리…기업에 높은 법인세율 적용 제안도 

아마존은 지난해 1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정작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으로 사실상 0%에 가까운 법인세율을 적용받은 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가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한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주자들은 기업들의 조세 회피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세금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측에 보고된 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60개 기업들은 총 760억 달러 규모(한화 약 88조 4700억원)의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들 기업 중에는 지난해 112억 달러(한화 약 13조원)의 매출을 올린 IT 기업인 아마존, 미국 자동차 빅3 기업 중 하나인 GM 등도 포함됐다.

앞선 정부에서도 기업의 투자, 고용 등에 대한 각종 감면 정책을 실시했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 더욱 강력해진 ‘감세 드라이브’로 인해 이른바 ‘법인세 0%’ 기업의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조세법안에 담긴 법인세 감면 확대와 법인세 소득세율 인하 조항으로 인해 0%를 납부한 기업의 명단은 대략 두 배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들어 미국 의회는 공화당의 주도로 기존 35%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인하했다. 또한 투자 혹은 자본 지출을 늘리는 부분에 대한 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도 확대했다.

기업들은 수익에 대한 일정 세율의 법인세를 납부 후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세금을 환급받음으로써 사실상 0% 혹은 마이너스 세금 혜택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마존 뉴욕 제2본사’ 건설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지난 2월에도 이 같은 아마존의 ‘0%’ 법인세는 아마존의 뉴욕 입성이 뉴욕시에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다는 반대파 주장의 주요 근거가 됐다.

당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감세의 핵심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이었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21%의 세금 조차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아마존은 지난해 연간 1억 2900만 달러의 소득세 환급을 통해 결국 마이너스 1%의 세율을 적용받았다”고 전했다.

사실은 즉시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통적으로 법인세 감소는 민주당의 주요 공격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좌파 성향의 후보자가 대거 등장한 이번 경선 레이스에서는 저소득, 중산층 근로자를 위한 사회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유독 높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타운홀 행사에서 “트럼프의 세금계산서에 따라 아마존과 넷플릭스를 포함한 수십 개의 주요 기업들이 연방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면서 “그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세피난처를 통한 기업의 세금 회피 문제 역시 철저히 다뤄야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기업의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는 7%의 세금을 부과해야한다고 제안했다. [AP]

또다른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에게는 높은 세율의 법인세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제안의 핵심은 매출 발생지와 상관없이 기업이 벌어들인 1억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는 7%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제안이 현실에 적용된다면 약 1200개 회사가 향후 10년 동안 10조 달러의 세금을 내야한다.

NYT는 “워런 의원의 계획이 지난해에 적용됐다면 아마존은 0달러의 세금 대신 9억 9800만 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우리는 미국과 우리가 사업을 하는 모든 국가에서 지불해야하는 모든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