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재미있는 화학이야기-② 표적항암제]암세포만 골라죽이는 표적치료제...내성 극복한 차세대 신약 초읽기
뉴스종합| 2019-05-02 11:28
화학연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이광호 박사 연구팀이 화합물 합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국내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병은 ‘암’이다. 2017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암에 의한 사망률은 153.9명에 달한다. 의학기술의 획기적인 발달로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하기 힘든 질병 중 하나로 여겨진다. 특히 기존 개발된 항암제들은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를 야기해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표적치료제다. 표적치료제는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함으로서 기존약물에 비해 우수한 활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특정 표적부위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반응이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암세포는 단순히 하나의 과정을 통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와 과정을 통해 생기기 때문에 공격할 수 있는 특정 단계로 생성된 암세포에만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일례로 폐암치료제 ‘이레사’는 동양인, 비흡연자, 여성, 비 세포성 폐암환자 중 ‘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반응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표적치료제는 해당 약제의 표적부위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 표적치료제들은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들에 비해 가격도 매우 비싸다.

또 기존 항암제와 달리 항암 억제작용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복용을 해야 하며 내성이 생길 경우 투약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암세포들이 수없이 자가복제를 하는 도중 돌연변이화돼 다른 경로로 발현하는 암세포들이 생기고 그러한 세포들이 증식하게 되면 결국 표적항암제는 효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에서 내성이 생긴 암세포에 사용하는 2차 표적치료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기존 표적치료제로 치료하지 못하는 암의 원인과 종류들을 발견, 이에 맞는 저분자 표적 치료제와 기존 표적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표적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화학연 이광호 박사팀은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팀과 공동으로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브릿지바이오에 기술이전도 실시했다. 이에 돌연변이가 생겨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폐암 등을 대상으로, 암을 발생시키는 특정 유전자 혹은 단백질만을 저해해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표적 항암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기대된다. 연구팀은 브릿지바이오와 함께 폐암 이외에 다양한 암에 대한 기초 효력을 살피는 초기 연구 단계를 거쳐, 비임상시험기준(GLP) 독성시험을 포함한 전임상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최근 화학연 이혁 박사팀과 연세대 신상준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치료용 화합물을 개발, 글로벌신약 인큐베이팅 회사 퓨처엑스에 기술이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구본혁 기자/nbgkoo@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