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체육계로부터 독립된 ‘스포츠 인권보호기구’ 설립하라”
라이프| 2019-05-07 10:10
스포츠혁신위,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위한 첫 권고 발표

[지난 2월 문체부 노태강 제2차관이 빙상계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국내 스포츠 분야의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하지만 정부나 대한체육회 등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혁신적인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위원장 문경란, 이하 혁신위)는 빙상계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지난 2월 출범한 이후 스포츠분야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온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7일 첫 번째 권고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무엇보다 대한체육회와 산하 경기단체 등 체육계 내부의 대응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피해자들은 지도자의 권한, 묵인, 방조 분위기 등으로 인해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신고 후에도 2차 피해 등에 노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위는 체육단체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체부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개선할 것도 촉구했다. 특히, 피해자의 다수가 학생들인데도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일선 학교 등에서 효과적인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교육당국의 반성과 혁신을 주문했다.

구체적 권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혁신위는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기존 정부와 체육계의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을 전면 혁신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체육계 내부의 관련 절차와 명확히 구별되는 스포츠 성폭력 등의 신고, 접수,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이를 위해 ‘스포츠 인권 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다.

첫째, 체육계와 분리된 별도의 신고·접수·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고 및 상담 내용의 비밀과 익명성을 보장하며 아동·장애인·여성 등을 위한 전문상담 창구를 개설하도록 했다.

둘째,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는 치유 상담 및 법률, 의료 지원까지 충분한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한다.

셋째, 접수된 사건 가운데 직접 조사가 가능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 활동을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에서 별도 입법을 통해 스포츠 내부조직으로부터 분리, 설립된 ‘세이프 스포츠(Safe Sport)’의 경우처럼 가해자에 대한 조사 및 징계 요구권 부여, 체육단체 등의 조사 및 징계 거부 또는 신고의무 불이행 시 재정 지원 중단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하였다.

혁신위는 스포츠 분야의 인권과 성평등 향상 활동을 추진할 별도의 전담기구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에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기구는 무엇보다 독립적 공공기관으로서 ▲ 스포츠 성폭력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 ▲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 ▲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정책 수립을 위한 정례적 연구 및 조사, ▲ 스포츠 관련 성평등(젠더) 및 인권 교육 등의 제도화 및 입체적 프로그램 개발, ▲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한 스포츠 인권 및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의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문체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은 혁신위가 발표한 권고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오는 9월까지 기구 설립 방안 등을 마련하고 연말까지는 법적 근거·인력·예산을 확보해 2020년부터는 기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는 관계기관의 권고 이행이 적절히 이루어지는지 적극 점검(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스포츠 분야의 인권침해는 국가주의적, 승리지상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장기간 방치한 국가의 책임 성찰과 스포츠 체계(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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