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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대학 축제, 그 많은 술병ㆍ오물 누가 치우나
뉴스종합| 2019-05-20 15:00
-건물 곳곳 술병, 음식물 등 쓰레기 천국
-청소노동자 “학생들에게만 축제지…” 한숨

서울 경희대학교의 한 건물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 [박상현 인턴기자/park.sanghyun1@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ㆍ박상현 인턴기자]대학 축제 공연이 한창인 지난 16일 오후 9시께 경희대학교 대운동장에는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인기가수 헤이즈가 무대에 오르자 학생들의 환호소리가 절정에 달했다. 덩달아 무대 옆에 위치한 경영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분주해졌다. “9시 반에는 퇴근해야 할텐데…” 때가 탄 흰색 목장갑을 낀 손 위에 빨간색 고무장갑을 덧씌우던 청소노동자 박모(58)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공연무대와 가까운 경영대학의 각 층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비웠다. “축제 때는 말도 못 하지. 화장실에 가면 쓰레기가 평소보다 몇 배는 많아요.”

대학교 축제기간 학교에서 가장 바쁜 이들이 있다. 신나는 음악 소리 뒤에서 청소노동자들은 늘어난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한 대학교 건물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최모(55) 씨는 맥주캔, 소주병, 컵라면 용기들로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들고 끙끙거리며 계단을 연신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화장실 주변은 각종 오물에 사람 발자국이 찍혀 흩뿌려진 소스처럼 바닥을 덮고 있었다. 최 씨는 “축제기간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라며 “쓰레기통에 토사물, 배설물 등 별 게 다 나온다”며 “몇 년 전에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과일과 채소를 씻는다고 물바다를 만들어놔 발도 디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축제기간 쓰레기더미들. [박상현 인턴기자/park.sanghyun1@heraldcorp.com]

건물 밖에도 쓰레기가 넘쳤다. 푸드트럭들이 즐비한 이과대학 건물 앞 주차장 각종 쓰레기들이 하나 둘 쌓여갔다. 음악대학 앞 벤치에도 평소엔 없던 쓰레기를 담은 검은색 대형 비닐봉투와 종이 상자에 담긴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를 본 재학생 음악대학 한모(23) 씨는 “평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며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에게 축제는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축제기간 청소하는 게 평소보다 배로 힘들다고 호소했다. 축제기간 생긴 쓰레기 청소는 다음날까지 계속된다. 통상 축제 청소엔 일주일은 걸린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청소노동자 최 씨는 “축제 때는 몇 배로 힘들지. 학생들한테는 축제지만 우리들한테는…”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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