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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메이비 세대 사이에서 주목되는 원픽족
라이프| 2019-05-22 13:24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은 홍효림(30세)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지면서 기관지 질환이 염려돼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 틈틈이 검색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매를 못 했다. 막상 괜찮은 제품을 찾아도 더 좋은 제품이 있을 것 같아 결제 창에서 매번 망설이다 구매를 못 하고 또 다른 제품을 검색하곤 한다.

위 사례처럼 선택의 순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회피하는 증상을 ‘결정장애’라 하며, 이처럼 사소한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도 어려워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세대를 결정장애 세대(메이비 세대)라 부른다. 실제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017년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6%가 결정장애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사실 결정장애는 예전부터 존재했던 사회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 결정장애와 현대사람들이 겪는 결정장애는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신(新) 결정장애는 사람들이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뿐 아니라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는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이 적은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메이비 세대가 되어버린 경우도 많다. 

최근 이런 메이비 세대 사이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원픽(One-Pick)족이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선택사항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대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스스로 원픽족이라 생각하는 회사원 강진아(28세) 씨는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한다”며 “내가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강 씨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자신의 꿈을 위해 대학 진학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 등 이들 모두가 대표적인 원픽족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원픽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날마다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미래가 아닌 현재 추구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최근 자신의 개성을
강하기 주장하는 사람들의 등장 역시 원픽족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결정장애가 보편화 된 요즘, 원픽족의 등장은 또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의 등장을 마냥 환영하기 보다는 다수의 메이비 세대들이 결정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해줘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예’ ‘아니오’로만 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선택지에서 이분법적인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결정장애를 부추길 뿐이다. 이제 선택을 하지 않은 것 또한 선택이라 생각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용어설명: 원픽(One-Pick) ‘하나를 선택한다’의 의미로. 2016년부터 방영된 M.net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인해 대국민 유행어가 되면서 키워드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원픽족은 원픽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결정의 상황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윤병찬기자 / 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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