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금연 결심만 N번째불가능한 미션인가요
라이프| 2019-05-28 11:11
31일 세계 금연의 날…
당근·오이·껌 등 대체제로 욕구 순간 넘기면 성공률 높아져


#영업직에 종사하는 김모(48)씨는 올 해도 금연에 실패했다. 연초 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로 갈아 탔지만 결국 지금은 전자담배와 궐련형담배 모두 가지고 다닌다. 차 안이나 실내, 흡연장소가 멀 때는 전자담배를 피우고 흡연이 자유로운 공간에서는 궐련형담배를 피우고 있다. 두 딸이 “아빠, 담배 좀 제발 끊어”라고 경고도 하고 아내와는 몇 번이고 금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20년 이상 몸에 익숙해진 담배를 한 순간에 끊는 것이 김씨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는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담배의 해로움을 강조하는건 이제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도 될 만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애연가들에게 이런 메시지는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 바로 담배의 중독성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말처럼 끊기 힘든 담배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성공은 가능하다. 특히 담배가 생각나는 그 찰나를 넘기면 금연은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다.

만병의 근원이지만 니코틴 의존성 때문에 끊기 힘들어=담배에는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해 4000종 이상의 물질이 들어 있다. 이 중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제와 신경자극제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장기간 흡연을 하게 될 경우 심장병, 만성호흡기질환, 폐암 등에 걸릴 위험이 수 십 배 이상 증가한다. WHO에 따르면 흡연은 매년 70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이 중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중 약 12%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 평생 담배를 피운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명이 15~20년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렇게 백해무익한 담배의 위험성에도 흡연가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니코틴에 대한 생리적 의존성 때문”이라며 “체내에 니코틴 함량이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불안하고 초초하며 정신집중이 안 되는 금단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니코틴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피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담배도 진화하면서 흡연자들은 더욱 금연이 어려운 상황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이어 최근에는 USB처럼 생긴 액상 전자담배까지 국내에 출시됐다. 한 흡연자는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많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가 나오면서 담배를 피운다는 걸 주변에서 모르는 경우도 많아 금연에 대한 강한 압박은 못 느끼고 있다”며 “더구나 최근 나오는 전자담배는 디자인도 예뻐서 흡연자에게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기 끄는 신종 ‘전자담배’도 안전하지 않아=하지만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담배 역기 기존의 궐련형담배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롭다는 근거는 없다. 지난 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해물질을 90% 이상 줄였다는 가열담배 회사의 주장에 대해 가열담배가 신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자체를 줄인다 하더라도 이 같은 노출 감소가 흡연 관련 질병의 발병률 및 사망률의 실질적인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 세계보건기구는 가열담배가 기존 궐련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으며 간접흡연 측면에서 잠재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금연학회도 “가열담배가 기존 궐련담배에 비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인체에 미치는 위험 자체가 줄어든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열담배의 성분을 분석한 다수 연구에 의하면 가열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거의 동일한 함량의 니코틴이 포함되어 있다. 니코틴은 담배를 피우고 10초 이내에 뇌로 전달돼 혈압 상승 및 심근 수축 증가로 인한 심장 질환을 유발하고 관상동맥 혈류의 이상반응 및 심장근육세포의 능력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니코틴이 포함된 모든 종류의 담배는 결국 건강을 해친다는 의미다.

금연 의지 주위에 알리고 전문가 도움 받아야=이처럼 어려운 금연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무작정 금연을 시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성은주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일을 정하고 달력에 표시한 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부터 금연을 시작한다고 알리는 것이 좋다”며 “간단한 내기나 벌금으로 강제성을 주고 담배를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을 치우는 것부터가 금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지와 함께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전문가와 금연보조제의 도움 없이 금연에 성공하는 확률은 3~4%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흡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심호흡을 하고 잠시 그 자리를 떠나 바깥 공기를 쐬면 담배 생각이 좀 줄어든다”며 “특히 술을 먹을 때 담배 생각이 많이 난다는 사람이 많은데 무언가 입 안이 허전하다고 느낀다면 당근, 오이, 껌과 같은 대체제를 넣어주면 욕구가 좀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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