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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번아웃’ 질병은 아니지만…
라이프| 2019-05-29 11:40
게임중독 이어 정신건강 관심 높아져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데 이어 ‘번아웃(burnout, 직장 스트레스)‘도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정의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관리와 치료 계획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5일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한데 이어 번아웃을 직업 관련 증상으로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으로 정의하고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했다. 다만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WHO가 게임중독에 이어 번아웃(직장 스트레스)까지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번아웃은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 증상의 일종인지, 이를 질병으로 볼 수 있는 지 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실제 번아웃은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에서는 가장 역할이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학교 생활에서는 학업 스트레스나 교우 관계 때문에 이를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은 원인이 아닌 현상을 보고 진단을 하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WHO가 번아웃을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정의한 것은 새로운 질병이 발견됐다기보다 우리 사회가 직장 스트레스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번아웃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유병률 현황이나 치료 지침 등은 없다. 질병 코드가 없기 때문에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더라도 환자들은 ‘번아웃에 의한 불면증’. ‘번아웃에 의한 불안장애’처럼 기록되거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질환으로 분류돼 왔다.

때문에 자신이 번아웃을 겪으면서도 잘 모르고 방치하기도 한다. 질병이 아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 정도로만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지금은 번아웃을 겪으면서도 몰라서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병원에 찾아올 때는 퇴사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번아웃이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정의되면서 번아웃에 대한 예방 및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질환의 증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WHO TF 자문위원) 교수는 “그동안 WHO는 주로 전염병이나 급성기질환에 주목해 왔지만 최근 정신건강이나 행동건강 문제가 반복되면서 게임중독, 번아웃 등 정신건강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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