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잠원동 붕괴건물에 예비부부 참변…"결혼반지 찾으러 가던 길"
뉴스종합| 2019-07-04 22:56
[연합]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두 달 전 양가 상견례를 했고, 내년 2월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둔 사이였어요. 오늘은 둘이 결혼반지를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연합뉴스에 따르면,4일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로 중상을 입은 황모(31·남) 씨가 이송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황씨 부친은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듯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고 오열했다.

황씨는 결혼을 약속한 이모(29·여)씨와 함께 차를 타고 이날 오후 서초구 잠원동을 지나다 도로 옆에 있는 철거 중 건물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무너져 내린 건물 외벽이 차를 덮쳐 매몰됐다.

이들은 잔해에 깔린 차 안에 4시간가량 갇혀 있다가 구조대에 의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황씨는 오후 5시 59분께 중상을 입은 채 구조됐지만, 약 30분 뒤 구조된 이씨는 씨는 결국 숨졌다.

이씨는 차 안에 갇혀 있을 때도 의식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 부친은 “두 사람은 2∼3년 교제한 사이였고,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였다"며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는 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힘없이 말했다.

황씨 가족 측에 따르면 황씨는 모 공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이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기 위해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 부친은 아들의 상태를 묻자 오른쪽 허벅지를 가리키며 “감각이 없고, 현재 수액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황씨 부친은 불안한 듯 연신 응급실을 드나들었다.

숨진 이씨의 시신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빈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이씨 부친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며 어딘가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병원 밖으로 나가 초조한 듯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사고가 난 건물은 1996년 준공됐다.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 철거공사를 시작해 이달 10일 완료 예정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수습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인명구조견,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추가 매몰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서초구는 해당 건물이 구청에 신고한 대로 가림막을 설치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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