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권위 “남성간 ‘1:1’ 메신저 대화서 ‘여성비하’도 성희롱”
뉴스종합| 2019-07-10 12:01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두 남성이 나눈 ‘일대일 메신저’ 대화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대화가 오갔다면 이 역시 성희롱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그동안 인권위는 메신저 ‘일대일 대화’에 대해서는 사적영역이라고 간주해 조사하지 않았으나, 대화의 수준과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희롱이라고 결정했다.

인권위가 10일 공개한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에 따르면 한 회사 팀장은 팀내 부하직원인 남성과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2명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일대일 메신저’ 대화를 통해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함께 근무하는 여성 직원을 향해 “왠일로 뒤에 있는 식충이 걸OO은 안쳐먹는대?”, “얼라 배서 입덧하나 보죠”, “미OO들이 양쪽으로 둘 다 쥐약을 처먹었나 엄청 띠껍다”는 등의 모욕적 언사를 메신저 대화를 통해 주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두 남성들은 동료 여성 직원에게 ‘접대’를 시켜야 겠다는 등의 대화도 주고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모욕적 언사를 주고받은 팀장이 개인 사정으로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였다. 해당 팀장은 한 여성 직원에게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게 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사용케 했고 평소 메신저의 자동로그인 기능을 켜둔 팀장의 컴퓨터에서 여성 직원은 두 남성이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이를 확인한 여성은 또다른 피해 여성에게 대화 내용을 알렸고 이 때문에 두 남성의 대화가 외부로 알려졌다.

최초로 두 남성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인한 후 이를 외부에 알린 여성은 정보통신망법위반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두 남성은 회사 내에서 정직 3개월에 처해졌다.

인권위는 “진정인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피진정인들이 업무시간 중 업무기기를 활용해 은밀하게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대화를 한 것은 일반적인 사적 영역의 대화와는 다르다고 보았다”며 “피진정인들은 대화의 유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유출돼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행위로 인해 성적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모든 사적 대화를 일일이 다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가해 남성들이 나눈 대화의 수준과 피해자들이 입었을 정신적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진정 사건 접수가 지난 2017년 296건이 성희롱 진정사건 접수를 받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연평균 접수건수(201.8건) 대비 46.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7년 접수된 성희롱 진정 사건(209건)을 분석하면 직접 고용 상하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한 건수가 137건(65.6%)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고용 동료관계 사이에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15건(7.2%), 간접고용 업무관계 12건(5.7%), 업무거래 협력관계 5건(2.4%) 등이었다.

성희롱을 행한 가해자의 경우에는 대표자, 고위관리자, 중간관리자가 63.6%로 집계됐고, 이들의 성희롱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평직원이 72.4%로 가장 많았다. 인권위는 “성희롱이 직장내 권력관계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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