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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국제대회 유치?…‘KOREA’ 없는 대표팀 운동복
엔터테인먼트| 2019-07-15 17:38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 앞서 우하람이 입장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트레이닝복 뒷부분이 테이프로 가려져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선수단의 트레이닝복 등 뒤에는 KOREA가 아닌 A사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거나 테이프로 덧대 가린 흔적이 역력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자국 이름이 쓰인 복장과 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이는 같은 복장을 입고 국가대표라는 자긍심과 함께 유대감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수영대표 선수들은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킨 것이다. 그것도 안방에서 말이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최대 규모 수영 대회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안일한 수영연맹 때문이다.

수영연맹은 그동안 A사와 후원 계약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12월 계약을 끝냈다.

그런데 대한수영연맹이 다른 브랜드를 새 후원사로 영입하려다 막판에 일이 꼬여버렸다. 이사회 의결까지 통과했으나 일부의 반대로 계약이 틀어졌다. 서로 갈등하는 사이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상황이 여의치않자 수영연맹은 부랴부랴 다시 A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세계선수권 개막을 불과 열흘 가량 남긴 7월1일이었다.

문제는 A사가 대표선수용 운동복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해지로 6월까지 후원사가 아니었던 A사는 국가대표 선수단 용품을 제작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촉박한 시간으로 A사가 제품에 KOREA를 넣는 것은 불가능하자 수영연맹은 고심끝에 임시방편으로 일반인들에게 시판 중인 A사 용품을 긴급 공수해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시중에 있는 용품에는 KOREA가 아닌 A사 로고가 큼지막히 박혀있다. 이러다보니 현재 선수들에게 지급된 물품에 KOREA가 빠진 것이다.

게다가 애초 일반인들을 위해 만든 만큼 옷에는 로고가 크게 박혀 있는데 이는 국제대회 로고 규정에도 어긋나 이 옷을 그대로 입을 경우에는 계약 위반으로 국제 연맹의 페널티를 받는다.

수영연맹의 안일함으로 비롯된 참극은 고스란히 선수들 몫이었다. 옷은 필요했지만 입을 수 없게 된 선수들은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를 붙여 로고를 가리거나 A사가 아닌 브랜드의 옷을 입은 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14일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 앞서 선수 소개 당시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입은 트레이닝복 등 부분에는 회색 테이프가 여러 겹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결승에 오른 12명 중 트레이닝복 뒷면에 나라 이름이 없었던 선수는 우하람뿐이었다.

이 장면은 FINA TV를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중계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수영연맹은 부랴부랴 뒤늦게 대처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아티스틱 스위밍과 수구 종목 선수들에게는 A사 로고 위에 KOREA를 덮은 트레이닝복으로 다시 지급했다. 나머지 종목 선수들에게도 15일 정도에는 KOREA가 덧대인 트레이닝복을 나눠줄 계획”이라면서 “대회 준비가 어설펐다”고 시인했다.

pow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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