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脫코리아 ‘브레인 드레인’…멈춰선 성장동력
뉴스종합| 2019-07-29 09:22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중국 업체들은 현재 국내 업체 급여 대비 3~4배 정도의 연봉을 제시합니다. 실력있는 5년 경력의 박사급 연구원만 해도 1년치 연봉이 5억원이 넘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대학 석·박사 출신 데이터 과학자는 중국 등 해외로의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며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그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인재를 붙잡아둘 만한 인센티브나 매력적인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한국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수 인재들이 한국 땅을 떠나고 있다. 전통산업, 첨단산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탈(脫)코리아'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돈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 직접투자, 국적포기 등 '돈'과 '사람'의 해외 이탈 기록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인재 유출은 쌓아놓은 기술을 사실상 뺏기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우수 인재 확보의 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의 경제보복과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연구개발(R&D) 현장이다. 게임업계에서 고액 연봉과 처우를 앞세운 중국 등으로의 개발자 유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게임 질병 등재로 상대적으로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시선이 덜한 일본이나 대만으로 이동하는 개발자들의 이탈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의 벽을 넘지 못한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20~30명 수준이던 개발자 인력이 현재는 겨우 두 자리 수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구글 아시아 지사 등에서 제안이 오면서 개발 인력들이 하나 둘씩 동남아 지역으로 떠나갔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인재 유출이 4차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이공계 학생들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 이공계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 감축 움직임도 우수 인력 이탈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지현(24)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장은 "전문연구요원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낮으니 차라리 해외로 유학을 가는 편이 낫겠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 연구기관에서 연구단장으로 재직 중인 박사도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려는 국가 차원의 전담 관리조직이 전무후무하다"라며 "이렇다 보니 각 연구실의 인재 영입은 주로 개인 인맥에 의존하면서 유지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연구만 해도 인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라며 "이런 판국에 두뇌 유출까지 가속화되면 앞으로 경제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dsu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