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노력하면 된다고 배웠는데”…연이은 채용비리에 취준생 ‘허탈’
뉴스종합| 2019-07-30 09:50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에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김성태 국회의원의 자녀의 KT 부정 채용에 대한 1차 공판에서 당시 실무자가 채용비리 청탁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 당시 KT 하반기 대졸 공채에서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가 ‘KT부정 채용’ 관련 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에서 김 의원 자녀와 관련해 “인적성 검사가 끝난 후에 채용 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준비생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청탁 비리 소식에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업준비생은 힘이 빠진다고 호소한다. 특히 은행이나 대기업처럼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몰리는 직종에서 취업청탁이 많이 발생하면서 이를 보는 취업준비생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년 6개월간의 취업준비 기간을 거쳐 최근 공기업에 입사한 서모(29) 씨는 “노력하면 된다고 배웠는데 청탁 비리를 보면 허탈감이 제일 크다”라고 말했다. 서 씨는 “취업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이런 직종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6개월째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배모(30) 씨는 “취준생으로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게 든다. 정말 열심히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전념해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기본 자격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리로 합격하는 것을 보면서 분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람 뽑기 위해 면접관들도 교육받고 하는 것으로 아는데 결국 이런 것들이 다 소용이 없구나. 뽑는 인원이 적은 경우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인 임모(27) 씨는 “부모가 스펙인 세상”이라면서 “사람들도 잘 안 만나고 매일 집에서 각종 시험과 자기소개서 준비를 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학회나 자격증을 따려고 매달리는데 결국 들러리나 마찬가지인가”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 자녀 A씨는 2012년 KT 채용 당시 서류 접수기간이 끝난 후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또 A씨는 인적성검사 결과 불합격 대상이었음에도 다음 전형에 응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취준생들의 공분을 산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IBK투자증권는 채용관련 비리로 재판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신한카드 역시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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