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붙이면 약물이 몸 속으로…국내 연구진, 주사기 대체품 개발
뉴스종합| 2019-08-01 09:31
실제 제작된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 전달 패치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정지은 인턴기자] 국내 연구진이 160년 만에 주사기 대체품 ‘약물 전달 패치’를 개발했다. 패치를 붙이면 주삿바늘 없이도 몸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

1일 한국연구재단은 배원규 숭실대·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약물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넣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1852년 프랑스 샤를 프라바즈가 독사 송곳니에 착안해 만든 주사기는 피부에 액물을 주입할 수 있는 인류 최고 발명품으로 꼽힌다.

배원규·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어금니 독니를 지닌 꽃뱀류(유혈목이) 독사에 주목했다. 이 독사는 머리에 독을 짜주는 압력기관이 없는데도 먹이나 적을 문 뒤 수 초 만에 독을 전달한다. 어금니 독니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독니에는 오목하게 패인 3차원(3D) 형상 홈(groove)이 있어서 입으로 깨문 생물 피부에 미세한 홈을 만든다. 그 틈으로 독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아무런 외력 없이 자연스럽게 침투한다.

연구팀은 이 어금니를 모사한 구조체 100여개를 배열해 도장 형태의 패치를 만들었다. 머리카락 굵기 2~3배 정도 크기인 이 구조체들이 각각 주사기 기능을 한다. 동물 실험 결과 패치를 붙이기만 해도 5초 만에 유효 성분이 몸으로 들어갔다.

배원규 교수는 “기존 주사기 장점을 살리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며 “160년 넘게 이어져 온 주사기의 대안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교육부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논문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167년 전에도 영감을 얻은 독사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구현한 약물전달 효과를 인정받아 표지 논문에 선정됐다.

jungj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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