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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SW·로봇 등 첨단산업 곳곳 '국산화 불모지대' ...머나 먼 對日 기술 독립
뉴스종합| 2019-08-14 09:52
국내 카메라 시장은 캐논, 소니, 니콘, 후지필름, 올림푸스 등 일본 기업이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사용자가 캐논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캐논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정태일·박세정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경제 전쟁’을 계기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일본 제품 ‘쏠림 현상’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카메라, 사무용기기, 의료기기 등 일본산을 대체할 국산 제품이 전무한 영역도 많아, 일본으로부터 기술 독립은 물론 수입원 다변화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산이 독점...‘불매 운동’에도 국산품 대안 없어=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메라, 의료기기 등 주요 ICT 산업에서 일본의 국내 시장 독점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카메라 업계다.

현재 국내 카메라 시장은 소니, 니콘, 캐논, 후지필름, 올림푸스 등 일본계 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메라 시장의 큰 축인 렌즈 교환식 DSLR 카메라의 경우 캐논이 7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니콘이 그 뒤를 뒤따른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소니가 판매량 기준 50%, 금액기준 6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있는 제품군이다. 뒤를 이어 캐논, 니콘 순이다.

카메라 시장에서 국산 제품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일 때도 카메라에서는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본 제품 외에 라이카 등 독일계 제품이 있지만, 이는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제품 수요층이 달라 적절한 대안으로는 꼽히지 못했다.

일본 쏠림 현상은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시경 장비 시장의 경우 일본 올림푸스가 국내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후지필름, 펜탁스 등의 기업이 뒤를 잇고 있으나 이 역시 일본 기업이다. 사실상 100% 가까이 일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의료 기기 시장은 생명과 직결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분야인 만큼, 제품 구매에 기술력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그만큼 후발 기업의 진출 문턱이 높아 일본의 기술 ‘장기 집권’이 더욱 두드러지는 분야로 꼽힌다.

복사기, 프린터 등 사무기기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세부적으로 A3 칼라 복합기 시장에서 후지제록스가,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는 한국엡손이 국내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기업은 신도리코 정도가 선전하고 있다. 그 외에 미국 HP를 비롯해 타국가의 대안이 없지 않지만, 후지제록스, 한국엡손, 캐논 등 일본 기업의 기세를 꺽기는 벅찬게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공작기계가 일본 쏠림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공작기계를 정밀 제어하는 ‘수치제어반’의 경우 대부분이 ‘화낙’ 등 일본 기업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글로벌 수치제어반 시장을 일본과 독일이 양분하고 있음에도, 국내 기업들이 독일산을 수입해쓰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일부 국내 기업들이 탈 일본산을 목표로 독자 소프트웨어를 구축했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일본산을 선호한다. 한 공작기계 기업 관계자는 "대체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공작기계를 사용하려면 6개월 이상 별도 교육이 필요해 고객사에서 기존 일본산이 장착된 제품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센서도 국산화가 요원한 실정이다. 그나마 일본 센서에만 의존하던 부품 수급망을 중국, 유럽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는 보급형 제품에만 해당된다. 여전히 고성능 센서는 일본 부품 중심으로 수입되고 있다.

▶수치제어반 일본산 91.3%...수치로 드러나는 일본 의존도= 이처럼 일본 기술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다방면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수치제어반의 경우 일본의 수입 의존도가 91.3%에 달한다. 특히 공작기계 기업들이 몰려 있는 창원지역의 경우 수치제어반의 98.3%를 일본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뿐이 아니다. 산업용 전자제품 중 내시경은 66.6%, 전자현미경은 55.9%를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기계 중 경작기계, 지게차, 기타광학기기부품의 일본 수입 비중도 각각 59.4%, 54.8%, 54.2%다.

4차 산업 분야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산업용 로봇도 벌써부터 일본의 수입 비중이 58%로 절반을 넘는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쏠림 현상의 탈피를 위해서 기술력 향상과 함께 수입처 다변화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국내 기업이 무조건 똑같이 시장에 뛰어들어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이다는 이야기다.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 창의연구소장은 "원천 기술과 소재, 부품의 국산화와 기술적 독립이 필요하고 이미 국내에서도 상당 수준 일본을 추격하는 수준까지 기술 진화가 이뤄진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도 "핵심 기술의 국산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일본의 대안을 찾기 위해 카메라와 같은 완제품 시장까지 모두 국내 기업이 뛰어들어 생산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적절한 대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시간에 효율적으로 일본 쏠림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일본 외에 수입처의 다변화"라고 강조했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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