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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내전 격화…‘승자없는 게임’ 우려 커진다
뉴스종합| 2019-08-30 10:23
[헤럴드]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내전’이 한치 물러섬없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지목되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 클래스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배터리 산업이 국내 업체간 집안싸움으로 경쟁력이 훼손되는 ‘승자없는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회사의 소송전은 지난 4월 LG화학이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로 제소하며 시작됐다.

LG화학은 자사 인력 빼가기를 통한 기술 유출을 주장하며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 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도 맞소송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대상으로 미국 소송 제기로 인한 유·무형의 손해, 앞으로 발생할 사업차질 등과 관련한 ‘명예 및 신뢰 훼손에 따른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어 30일 미국 ITC에 LG화학과 LG전자까지 포함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며 확전을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의 특허침해를 기반으로 영업 및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이 IR을 통해 밝힌 지난 1분기 말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110조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LG화학의 배터리 중 상당 제품이 이번 특허침해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배터리 생산공정과 관련한 부분도 소송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소송전 승패 여부에 따라 업계의 지각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ITC가 특허침해 관련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줄 경우 LG화학의 배터리 생산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이 지난 4월말 소송을 제기한 뒤부터 일부의 강경대응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간 발전적 경쟁을 바라는 경영진의 뜻에 따라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피소 4개월여만에 LG의 특허침해에 강경 대응하기로 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특허침해 소송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구체적인 특허침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부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LG화학이 배터리 관련 특허 보유량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정확한 특허침해 내용을 밝히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이목까지 쏠려있는 만큼 소송 결과를 통해 클리어하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제기하며 극적 화해의 여지를 남겨뒀다. 양사의 분쟁이 국내 배터리 사업 성장에 득될 것이 없으며,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게 추격의 빌미만 줄 것이라는 일부 여론을 의식한 대목으로 읽힌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정당한 권리 및 사업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에 까지 왔지만, LG화학과 LG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크며 이것이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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