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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소재·부품·장비 강국, 절박함 속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뉴스종합| 2019-09-03 11:16

“어쩌면 대한민국 제조업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업계, 교수, 연구원 등 산업전문가들은 이같이 말한다.

정부가 지난달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에는 이러한 절박함이 담겨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제조업은 중간재를 수입하여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이런 전략은 세계적인 자유무역주의 기조와 국제 분업구조 하에서 효과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다. 우리 제조업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9개월 연속 계속되는 등 우리 제조업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고 글로벌 분업구조가 흔들릴 경우 우리에게 어떠한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정부, 국회, 기업 등 모든 주체가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자체 기술력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모으고 있다.

이번 대책은 충실한 업계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만들어졌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반드시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선,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자체 기술력 확보와 공급 안정을 위해 추경예산 2732억원을 이번달부터 본격 투입한다. 또, 2조원 규모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확정하였고, 당장 내년부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연구개발(R&D) 사업 추진 방식도 과감하고 혁신적으로 달라진다. 시급한 과제는 공모절차 대신 정책지정 방식으로 사업 착수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다수의 컨소시엄이 같은 품목 개발에 참여하여 경쟁하면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국내에서 단기간에 기술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M&A, 해외기술 도입, 해외기업 유치 등 개방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한 정책들도 추진한다. 외국 제품에 의존하던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 협력을 유도해나가고 이를 전제로 자금, 세제, 규제완화 등 파격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체계도 갖추어 나갈 계획이다. 범정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가 이번달 출범하며, 안정적인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회계 설치도 추진한다. 법?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특별법’도 20년만에 전면 개정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R&D에 5.4조원을 투입하여, 생산은 3배, 수출은 5배 이상 성장하는 외형적 성과도 있었다.

혹자는 그동안 안 되었던 것이 이제 와서 한다고 되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이 일종의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필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모든 일은 절박할 때 이루어지는 법이다.

모두가 뜻을 모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제조업이 대외 의존적 구조를 탈피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개발된 소재·부품·장비가 실제 양산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과 현장의 노하우, 기술자들의 무수한 땀과 노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축적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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