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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 사업시행인가 단계 70% 강북…강북 재건축·재개발 올스톱 위기
뉴스종합| 2019-09-04 10:38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분위기 안좋습니다. 1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까지 하려고 했는데,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조합원이 늘어나네요.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또 한참 지연되는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서울 강북지역 A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 계획을 밝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이후, 사업 추진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1000가구가 조금 못되는 규모의 이 단지는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올 상반기 외관과 커뮤니티 공간 특화 등을 내건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주택시장이 하반기 살아나는 듯해 사업추진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강남 최고급 아파트 수준으로 지어 일반 분양하면 조합원이 내야할 부담금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 10월 이후 시행 예고된 분양가상한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 정비사업 추진 단지 중 A조합과 같은 고민을 하는 곳이 많다. 정비사업 단계 중 ‘관리처분인가’ 직전인 ‘사업시행인가’ 단계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가상한제 대상 중 ‘사업시행인가’ 단계 아파트의 67.4%가 강북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49개 단지 중 26개로 가구 수로 4만6887가구 중 3만1610가구에 해당한다. 강남권에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서 강동구를 포함해도 5405가구로 11.5%에 불과하다.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단지는 조합원이 이주를 하고, 철거까지 진행하는 곳이 있어 사업 추진을 미룰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선 상황이 다르다. 정부 규제나 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라는 조합원들의 재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계획했던 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일반적으로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착공 및 일반 분양, 입주 및 청산 순’으로 진행된다.

이중 사업시행인가 단계는 토지이용계획, 기반시설 계획, 이주대책,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건축심의, 문화재 심의까지 모두 받은 상태다. 외부적으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위한 모든 인허가를 마쳤다는 의미다.

관리처분인가는 조합원끼리 건축물 및 대지지분을 어떻게 나눌 지 등을 합의해 인허가를 받는 단계다. 조합원끼리 이견이 많지 않다면 규정에 따라 서둘러 마무리하고, 곧바로 분양에 들어간다. 따라서 주택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사업시행인가만 마치면 관리처분인가는 절차대로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곧바로 일반 분양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 분양가상한제라는 변수가 있어서다. 사업시행인가 단계 단지는 대부분 아무리 서둘러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하는 10월 전까지 일반분양을 할 수 없다.

재개발 재건축 전문가인 전영진 평생교육원 구루핀 대표는 “강북지역 재건축 조합 상당수가 사실상 사업 추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각종 규제로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이 거의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사업이 더 어렵게 됐다. 강북지역에선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새 아파트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단지 아파트 공사 모습. [헤럴드DB]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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