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종근당 창업주 故이종근 “초심 잃지 말라”
뉴스종합| 2019-09-11 11:14
제약 생산 현장 점검하는 고 이종근 회장.
너털웃음이 아름다운 고촌 이종근의 생전 모습.

한국 제약의 선구자로 불리는 종근당 창업주 고(故) 고촌 이종근 회장은 3.1만세독립운동, 4.11대한민국임시정부 출범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일들이 새겨진 기미년(1919년) 초가을(9월9일)에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일본 제국주의(일제)의 학살, 수탈, 강제 징용, 전쟁 성범죄 속에 민생이 피폐해진 가운데, 어릴적 부터 온갖 행상, 좌판장사를 다 해본 고촌은 약(藥) 배달 일을 하면서 제약이 여러 중요한 가치를 한꺼번에 갖고 있음을 깨닫는다.

1941년 종근당을 창업한 고촌은 나름 경영의 안정을 이뤄가다 6.25 전쟁을 맞는다. 부산으로 피란 온 8도의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온갖 발버둥을 치지만 창궐하는 질병에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목도한 고촌은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 공장에 잠입, 원료를 갖고 다시 부산에 가, 외상 치료 연고, 회충약, 빈대약을 만들어 피란민들에게 제공했다. 그의 제약업 경영철학 두 축 중에서 약업건민(健民) 정신을 실천한 대표적인 장면이다.

1968년 국산약 첫 미국 FDA 승인 획득, 1972년 국내 첫 연구소(현 효종연구소) 설립, 1974년 국내 첫 항생제 원료 합성공장(동양 최대) 준공, 1980년 세계 4번째로 항결핵제를 자체개발 등 한국산업의 위상을 높인 고촌의 약업보국(輔國) 족적도 무수히 많다. 효종연구소 후배들은 그의 뜻을 이어 2003년 항암제 신약 캄토벨, 2013년 당뇨 신약 듀비에를 탄생시켰다. 작년 한 해에만 종근당의 신약 기술수출액이 8172억원에 달했다.

이종근 회장의 또다른 꿈 장학사업은 고촌재단을 통해 46년간 436억원 규모로 펼쳐졌고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했다. 고촌의 결핵퇴치 의지를 높이 평가한 UN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Stop TB Partnership)은 2005년 국제상 ‘고촌상(Kochon Prize)’을 제정했다.

100살 생일이던 9일 이장한 회장, 김영주 대표 등이 마련한 기념식에선 동고동락한 종근당 후배, 장학금으로 학업을 성취한 사람 등 10여명이 고촌과 관련된 일화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전해져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기념식이 끝날 무렵 갑자기 고촌이 환생한다. 첨단 홀로그램을 통해 부활한 고촌은 “창업 당시의 초심을 다지라”고 당부했다.

이장한 회장은 “그분은 도전과 열정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불우한 이웃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던 참 제약인”이라며 “오늘 기념식에 담긴 이종근 회장의 철학과 경영이념, 업적 등을 찾아서 공감하고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근당 지원 속에 예술가의 꿈을 더욱 화려하게 꽃 피운 작가 10명은 행사장인 더케이호텔 로비에 고촌을 위해 헌정한 그림 10점을 전시했다. ‘끝없이 울리는 종소리’라는 작품을 헌정한 유창창 작가는 “사람들의 병과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제약업에 평생을 헌신한 이종근 회장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그 분의 뜻이 종소리가 되어 세상에 울려퍼지길 바라는 염원을 그림에 담았다”고 의미를 전했다.

종근당은 현재 투명한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 중심체제로 바뀌었으면, 종근당 뿐 만 아니라 종근당 바이오, 경보제약, 종근당건강 등 계열사가 영역을 나누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김영주 대표이사는 올해를 글로벌 영토확장 본격화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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