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LG화학-SK이노 CEO, 소송전 5개월만에 마주 앉다
뉴스종합| 2019-09-16 10:14
신학철(왼쪽)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6일 회동을 갖고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럴드]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으로 갈등이 커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가 16일 대화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LG화학이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주(州)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이후 5개월만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는다. 구체적인 일정은 물론 회동 자체에도 함구령이 내려질 정도의 보안 속에 이뤄진 이날 회동은 소송전과 관련한 양사의 입장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회동에 동석할 것으로 점쳐졌던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가 양사의 분쟁 해결을 위해 조율에 나섰던 만큼 정 차관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업체간 다툼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양새가 부담이 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날 양사 CEO회동이 소송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두 회사의 최고책임자가 만난 만큼 전향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서다. 실제로 당초 대화의 조건을 내걸었던 LG화학 측에선 “(대화의) 전제조건 역시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양사 모두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발빠른 시장 확대 움직임 속에 소송전으로 인한 공력 낭비는 득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첫 만남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찮다.

LG화학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조건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사실상 ‘백기투항’을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LG화학 측에선 여전히 “소송 결과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일”이라는 입장인 만큼, 당장의 극적인 화해나 합의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양사 분쟁의 불씨가 된 인력·기술 유출 문제가 이제 국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헝다(恒大)신에너지차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인력 등을 포함한 글로벌 인력 8000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 역시 LG화학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인력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관련 생산공정과 기술을 꿰고 있는 국내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해외 경쟁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에 비해 최고 4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대우로 국내 인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뒤쳐지다보니 국내 배터리 인력들이 해외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배터리 관련 인력들의 해외 이직을 제한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사람이 움직이면 관련 기술도 필연적으로 유출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인력 관리가 국가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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