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후변화 되돌리기 프로젝트, 지금도 늦지 않았다
라이프| 2019-09-27 11:25
플랜 드로다운풀 호컨 지음, 이현수 옮김글항아리 사이언스
“이 책에서 수집하고 분석한 솔루션들은 안전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이동성을 촉진하고, 기아를 해결하고, 공해를 예방하고, 토양을 복원하고, 강을 정화하는 재생 경제의 결과로 이어진다.”(‘플랜 드로다운’에서)

2018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온난화 1.5℃ 보고서’에서 2050년이면 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생존 가능한 한계치를 넘어서는 치명적인 온난화 영향에 1년에 20일 이상 노출될 것이란 통계를 제시했다. 극단적인 온난화와 파괴적인 이상기후가 불러올 재난에 인구 절반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미 폭염과 혹한, 가뭄 등 이상기후가 상시화됐지만 기후온난화에 대한 대책은 말만 무성할 뿐 실천은 지지부진하다.

환경운동가 폴 호컨은 이런 회피와 체념을 넘어서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일명 드로다운(Draw down).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달한 뒤 매년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게임은 끝났다”는 비관적 전망에 맞서 되돌려보자는 희망의 실천행위다. 2013년 기획돼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는 효과가 좋은 100개의 솔루션을 순위를 매겨 제시, 30년 안에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현재 22개국 70명이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바꿔놓을 구체적인 실천 솔루션 100가지는 에너지, 농업, 임업, 산업, 건축, 교통 등 전 분야에 걸쳐있다. 각각의 솔루션은 이미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 많다. 설치재료와 비용, 역사와 도전 과제, 이산화탄소와 비용의 감축효과를 구체적으로 명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영국 리버풀 해안에 설치된 32개의 풍력발전용 터빈은 2050년까지 운영할 경우, 이산화탄소 84.6기가톤을 감소시킬 수 있고, 순비용은 1조2300억달러인 데 반해 순절감액은 7조4000억 달러에 이른다. 82m 길이의 날개는 축구장 길이의 두배나 되는 지름을 만들어내며 날개가 한 번 돌아갈 때마다 한 가구가 하루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32개의 터빈이 만들어내는 전기는 리버풀 주민 46만6000명에게 공급된다.

현재 덴마크는 전력 수요의 40퍼센트 이상을 풍력발전에서 얻고 있으며, 미국은 캔자스 등 단 세 개 주에서 생산되는 풍력에너지만으로도 미 전역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게 가능하다.

장애는 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설치를 꺼리는 님비정서, 불공평한 정부보조금 등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비용 절감 덕분에 아마 10년 이내 가장 저렴한 전력 공급원이 될 것이란 게 연구자들의 견해다. 솔루션 순위 2위에 오른 효과 만점 에너지 정책이다.

논란이 많은 원자력은 어떤가. 연구자들은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기술(순위20위)로 봤다.

흥미를 끄는 건 여학생 교육이 지구온난화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무려 순위가 6위다. 2050년까지 59.6기가톤의 이산화탄소 감소가 가능하다. 2011년 세계적인 과학지 ‘사이언스’는 여학생 교육이 인구증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실었는데, 한국처럼 여학생의 초중등학교 진학률 100퍼센트를 달성하면 전 세계적으로 8억4300만명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더 적게 출산하고 더 건강한 아이들을 낳으며 전통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 환경변화에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에너지 감축 해법은 기술이나 설비, 투자가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누구나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데다 에너지 효율도 높은 것들이 많다.

가령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는 2050년까지 70. 53기가톤의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가 있는 실천법으로 3위에 랭크돼 있다. 2015년 미국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 맞춰 음식물 쓰레기 배출목표를 설정했으며, 프랑스는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는 식품을 버리는 것을 금지했다. 취사시 나무, 숯, 석탄 등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검은 탄소는 빛 흡수율이 매우 높아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100만배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다, 또한 유독성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폐와 심장, 안구 질환을 일으킨다.

스마트한 건축을 통한 에너지 제로도 가능하다. 낮에는 조명을 낮출 수 있는 환한 구조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이용을 유도하는 공간 설계, 벽이나 창문, 천장을 최대 단열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가령 열, 태양, 실내 온도에 따라 유리창의 변색도가 변하는 스마트 글라스나 자연환기원리를 이용한 자연대류 등이 한 예다.

매력적인 미래에너지도 흥미를 끌 만하다.

그 중 수소 핵융합 에너지는 깨끗하고 무제한적인 성배로 불려왔다. 50년 이상 연구자들이 안정성과 실용화에 매달렸지만 실패한 가운데 지난 2015년 트라이알파에너지라는 회사가 이를 성공시켰다. 이들은 중수소 대신 수소-붕소를 연료로 선택, 멈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폐기물도 었는 안전하고 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들은 2017년 말 핵융합을 달성할 수 있는 네 번째 원자로를 건설했으며, 이제 행융합을 일으킬 30억도를 만들어내는 공학적인 문제만 남았다. 스위스 강입자충돌기가 수조도에 이르는 온도를 발생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에너지측면에서 실행 가능한 핵융합로는 미래의 발전소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효과적인 에너지 저장이 있을 때까지는 탄소기반 예비 전원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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