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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성장보다는 내실?…신중해진 키아프
라이프| 2019-09-27 20:46
한국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지난 24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외형성장보다는 내실다지기?

세계 유수 아트페어를 따라잡겠다며 외형을 키워왔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올해는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다. 2018년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가 처음 참여하며 제프 쿤스, 도널드 저드, 앨리스 닐의 작품을 선보이자 게르하르트 리히터(국제), 빌렘 드 쿠닝(페이스)등 현대미술 거장의 대형작품을 경쟁적으로 걸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2019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지난 26일 개막했다. 오는 29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행사엔 1만여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참여한 화랑들은 지난해보다 관객수가 급증했고, 새로운 컬렉터 층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판매로는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미술시장이 고전하고 있음을 전했다.

올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페이스갤러리의 제임스 터렐 '아틀란티스' .James Turrell, Atlantis, Medium Rectangular Glass, 2019, L.E.D. light, etched glass and shallow space, 142.2 x 185.4 cm, Copyright James Turrell, [Photo = Flying Studio, LA]

오는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는 백남준의 작품이 학고재갤러리에 출품됐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작가였던 요셉 보이스의 죽음을 추모한 '로봇(라디오맨, 요셉 보이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올해 가장 관람객의 관심이 집중된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아틀란티스'(70만달러·한화 약 8억원)였다. 제임스 터렐은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의 상설전으로도 유명하다. 페이스갤러리는 부스안에 암실 형태의 구조물을 짓고 해당작품을 선보였다. 푸른색, 붉은색, 초록색 등 다양한 빛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며, 관객들을 명상에 빠지게 한다. 정면에서 볼 때는 깊이가 전혀 없는 평면으로 보이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외부 패널 안으로 10센치 정도 파여있다. 두개 패널이 마주해 빈 공간을 LED조명으로 비춰 평면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빛의 마술사'다운 작품이다.

최고가 작품은 독일 디갤러리가 선보였다. 현대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황금빛 브론즈 조각 '프린세스 X'다. 프랑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가문의 선대 공주가 고개를 살짝 돌린 옆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739만달러(약 87억5000만원)에 나왔다. 해당 작품은 8개 에디션 중 하나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소장돼있다. 브랑쿠시의 조각 작품의 최고 경매가는 7100만달러(851억원)이다. 지난해 5월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낙찰된 바 있다.

올해 키아프 최고가 작품인 콘스탄틴 브랑쿠시 브론즈 조각 '프린세스 X'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픽셀회화, 카메라로 촬영해야 완성되는 작품이다. 맨눈으로 봐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김환기와 이우환 등 한국 단색화 대표작가들의 작품도 상당수 나왔다. 국제갤러리는 김환기(1913~1974) 구상화 대작 '정원'(145×88.5㎝)을 60억원에 출품했다. 이우환 작품은 크고 작은 갤러리 곳곳에서 선보였다. 위작문제가 터지며 시장에서 주춤했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시리즈도 10여점 넘게 나왔다.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은 두 곳에서 나왔다. 학고재갤러리는 백남준의 친구이자 작가인 요셉 보이스의 죽음을 추모한 '로봇(라디오맨, 요셉 보이스)'를 7억원에, CMAY갤러리는 대형 로봇형태의 '걸리버'를 100만달러(11억원)에 출품했다.

한국 아방가르드미술을 이끈 이건용(77)의 작품은 리안갤러리를 비롯 갤러리현대와 페이스 등 주요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올해 키아프에 처음 참가한 리만머핀 갤러리의 부스 전경.

올해 처음 참가한 미국계 갤러리인 리만머핀은 현재 송원아트센터와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라이자 루(50)의 작품을 비롯, 한국작가 이불(55), 서도호(56)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313아트프로젝트는 지지수의 회화작품과 자비에 베이앙, 다니엘 뷔렌의 수작을, 갤러리 수는 한국 미술계에서 신성시 되다시피 하는 '단색화'에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한진수 작가의 라이브액션 페인팅 기계와 최선 작가의 오수회화를 선보였다. 갤러리 바톤은 대형 벽면을 알록달록한 사진으로 채운 픽셀 회화인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작품을 선보였다. 맨눈으로는 추상화처럼 보이나, 카메라를 통해서보면 픽셀 속에 숨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찾을 수 있다.

판매와 상관없이 한국 미술을 프로모션하는 특별전에서는 1950년대부터 1979년사이 구상작품을 선보였다. '한국근대회화, 역사가 된 낭만'이라는 주제로 권옥연, 김환기, 도상봉, 박생광, 박수근, 변관식, 이중섭, 임직순, 황용엽 등 작가 26명의 작품 38점이 나왔다.

올해 키아프에는 17개국 갤러리 175곳이 참여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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