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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개혁의 적임자는 따로 있나
뉴스종합| 2019-10-02 11:34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고민정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이제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로써 조국 사태는 ‘청와대 vs 검찰’의 대결구도로 짜이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드는 의문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야 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과거를 보더라도 특정인을 둘러싼 의혹 때문에 벌어진 사태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그래야 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필자도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왜 검찰개혁을 조국 장관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공수처 설치 문제나 검경수사권 조정과 같은 문제는 이미 국회의 패스트트랙에 태워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국 장관이 주장하는 검찰의 특수파트를 축소하고 형사파트나 공판 파트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미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 의해 주장돼 왔던 것들이다. 그러니까 제도적 차원에서의 검찰개혁은 국회에서 논의돼야할 사안이고, 다른 개혁안들 역시 과거에 이미 논의된 것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국표 검찰개혁’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태에서도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터인데, 그것을 잘 모르겠으니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게 물어볼 것이 또 있다. 바로 조국 장관이 자신의 가족의 안위를 걱정해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조국 장관 집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조국 장관이 당시 팀장 검사와 통화를 한 사실은 적절치 못한 행위임이 분명하다. 조국 장관은 자신의 통화에 대해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부인이 건강 상태가 안 좋으니 어떤 형식으로라도 배려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집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왔을 때, 일반 국민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배려’를 부탁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는 정말 몇 안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반 국민들도 자신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나오면 무척 당황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충격을 받고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압수수색 나온 검찰에게 배려를 부탁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국 장관의 말처럼 ‘인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는 압수수색 나온 검사와 통화할 수 있고, 누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것은 문제가 된다.

극소수만 그렇게 할 수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를 ‘특권’이라고 부른다. 만일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의 신분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이었다면 압수수색 중의 검사와 통화하고 ‘배려’를 부탁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현 정권이 바라는 개혁의 종착점은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조국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조 장관은 자신이 한 행위가 특권이라는 사실 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밀어붙인들, 과연 그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공과 사의 구분은 개혁의 출발점이고, 특권을 스스로 버리는 자세야말로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초래한 인물만이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더욱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답을 들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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