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日 노선 줄여도 문제”…LCC ‘적자 늪’ 심해진다
뉴스종합| 2019-10-04 08:48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저비용항공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공항에 걸린 이스타항공의 결항 안내문. [연합]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운항 편수를 줄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까지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환율·고유가까지 ‘삼중고’에 직면해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274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탑승률 하락에 수송량이 약 20% 늘면서 탑승률 하락 폭이 더 커진 탓이다.

수익성이 높은 단거리 일본 노선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동남아와 중국 등 인기 노선을 위주로 노선 공급을 늘렸지만 실적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3분기 영업손실 예상 규모는 100억원 이상이다. 지난 8월 취항한 인천~난퉁, 인천~옌지 노선 등은 중국 여행사들의 하드블록(Hard-Block·여행사와 항공사 간 계약으로 여러 좌석을 싸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올해 연간 영업적자자 3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선 재편으로 일본 노선 운항 편수 비중이 50%에서 30%로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체 노선의 취항도 단기적으로 출혈로 작용했다. 늘어난 수송 거리에 비해 탑승률이 저조하고 항공기재 도입도 계획돼 있다. 실제 티웨이 항공은 이달과 11월에 B737-800 기종을 1대씩, 내년 4분기께 B737맥스 2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다른 저비용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영업이익이 80% 가까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항공기재를 적게 보유했더라도 항공유와 비행기 임차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특성상 환율에 따른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습. [연합]

일본노선 축소는 내년 이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공항들의 페널티 규정 탓이다.

슬롯을 관리하는 일본의 인기 공항들은 운항을 줄인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노선 계획에서 페널티를 부과한다. 나리타·오사카 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잠잠해질 경우 다시 노선을 늘려야 하는데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 텅 빈 항공기를 띄우더라도 노선 자체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 실적 악화와 고수익 노선의 실종으로 일각에선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지난달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처럼 TF(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는 한편 무급휴직을 고려 중인 항공사들도 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다수의 항공사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고, 내년 신규 항공사 세곳이 추가되면 경영난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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