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영웅심리? 수사혼선?’…이춘재 8차사건 진범 논란
뉴스종합| 2019-10-07 11:19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이춘재(56)의 자백 후폭풍이 크다. 그가 과거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경찰은 진술 신빙성을 증명하기 위해 재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8차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윤모씨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지난달 24∼27일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4∼7차 대면조사에서 모두 14건의 살인사건과 성폭행 및 성폭행 미수 등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중에는 문제의 8차사건도 포함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잠자던 박모(13) 양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이 사건의 용의자로 화성에 살던 윤모(당시 22세·당시 태안읍 거주)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윤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10년 모범수로 풀려났다.

이미 범인이 검거돼 법원 확정 선고까지 난 사건을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수사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춘재가 소위 ‘영웅심리’로 허세를 부리기 위해 하지도 않은 범죄를 했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일 경우 과거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붙잡아 옥살이를 시킨 셈이 된다.

이춘재의 자백 이후 8차 사건 범인 윤 씨는 억울하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수차례 범행을 부인해왔다. 그는 2003년 수감생활하던 중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8차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게 아니다. 살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죽였다”고 범행을 인정했지만 나중에는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말을 바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춘재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과거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춘재가 이처럼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자백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우선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범인으로 윤씨를 특정한 각종 증거가 모두 잘못됐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는 윤씨의 자백은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 수사 기법도 포함된다. 경찰은 8차 사건을 기존 연쇄 살인 사건과는 다른 개별 범죄라고 봤다. 범행 현장이 야외가 아닌 가정집이었으며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옷가지로 매듭을 만들어 묶는 수법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 중 하나였다.

경찰은 8차 사건을 포함해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만약 과거 잘못된 수사가 있다면 책임지고 바로잡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억울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린) 그런 사건이 있다면 사실 확인이 되는 순간 저희가 국민들께 알릴 부분 알리고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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