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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勞로 쏠린 정책…벼랑 끝 몰린 기업
뉴스종합| 2019-10-11 12:04

#. 현대차와 광주광역시, 한국노총이 참여해 닻을 올린 ‘광주형 일자리’가 시작부터 덜컹대고 있다. 합작법인이 인력채용 논의 등 본격 업무를 시작했지만, 노동계가 현대차가 추천한 대표이사의 해임과 함께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광주시 이용섭 시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같은 답변에 한국노총은 “앞으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논의구조에도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올 상반기 유증기 유출 사고와 함께 노사간 임금협상이 차질을 빚으며 공장이 멈춰서기 일쑤였다. 글로벌 업황이 좋지 않았던 터에 파업까지 겹치며 상반기 공장 가동시간이 3079시간으로 전년동기 대비 1000시간 가량이나 줄었다. 이같은 여파로 2분기 매출은 전년비 11.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파업 중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노동관계법 탓에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회사는 속수무책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현 정부 들어 이어지고 있는 친(親)노동 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표현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부의 분배를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의 핵심노선으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노동편향적 정책들에 경제계는 숨이 턱턱 막힌다.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노동현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로제, 노동경직성을 악화시키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노동이사제 등 노동친화 정책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최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간 ‘노동관계법 3개 개정안’은 친노동정책의 정점을 찍었다. 해고자 및 실업자에 대한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완화 등 노동계의 단결권 강화를 골자로 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인정하고 있는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쟁의행위 과정에서의 직장점거 전면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 등 사용자의 방어권을 외면한 ‘외눈박이’식 개정안이라는 평가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지금도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금지 등 노동계로 기울어진 노사제도로 인해 노조와의 대등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인데,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비조합원 노조임원 선임 등이 허용되면 노조에게 더욱 유리해지고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깊은 우려의 뜻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친노동정책 기조에 편승한 노동계의 ‘몽니’와 노동현안에서 강경일변도의 요구들은 산업계는 물론 한국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고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타협 기구로 닻을 올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출범 1년이 다 돼가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경사노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소속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단 1건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는 주52시간 근로제의 보완대책으로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민노총의 참여 거부로 의결이 미뤄지고 있다. 때문에 경사노위는 민노총을 제외하고 본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막무가내식 마이웨이는 민노총 출신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마저 “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가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위해 이제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할 때가 됐다”고 책임론을 지적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노동정책의 쏠림은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141개국 가운데 5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했다. 노사관계에서의 협력 순위는 130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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