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기고-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숙련기술의 새로운 변신에 ‘혁신성장 열쇠’ 있다
뉴스종합| 2019-10-29 11:25

해양수도 부산에서 347만 부산시민과 함께 한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 12일, 8일간의 열띤 여정을 마쳤다. ‘기술, 또 하나의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인 1847명의 선수들이 만든 숙련기술인의 축제였다.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제기능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1978년 제24회 부산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과거 선진국만 가능한 국제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부흥하는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내외에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1978년 8월 31일부터 15일간 부산에서 열린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31개 전 직종에 참가해 금메달 22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입상해 역대 두 번째 종합우승을 쟁취했다. 이후 계속된 우리 선수들의 선전으로,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 19회 종합우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오늘날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능강국 코리아’의 명성도 기능경기 출신 기술인들이 산업 곳곳에서 활력이 되고 기반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 맞는 ‘창의적 숙련기술인’을 양성해야 하는 역사적 갈림길에 와 있다.

세계 경제와 제조업의 중심축이 변하는 오늘날, 각국은 앞 다퉈 숙련기술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번 러시아 기능올림픽 1, 2위를 차지한 중국과 러시아 같은 신흥강국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 매번 참가할 때마다 개발도상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제기술수준의 평준화를 보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선수층은 날로 줄고 있다. 올해 러시아 대회에서는 전체 56개 종목 중 9개 종목은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 취업률 저조로 특성화고 입학 인원이 미달되고 기능대회 준비반도 축소되는 등 숙련기술 기반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국정감사 때는 숙련기술에 대한 국가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과 훈련비 지원 확대 및 국제기술 지도위원 처우개선에도 예산을 확충하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제는 ‘일등주의’가 아닌 ‘일류주의’의 기술 선진국의 길을 가야 한다.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서, 과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1, 2위를 다투던 독일과 스위스는 과감히 대량생산 대신 소재·부품·장비라는 선진국형 기술로 진로를 바꿨다. 우리도 기술과 인구 변화에 맞춰 ‘손 기술’과 ‘첨단 기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숙련기술에 집중해야한다. 또한 높아진 기능강국 위상에 맞춰 기술 나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문화 한류’는 문화를 감추지 않고 나누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가 가진 기능강국 노하우를 배우고자 찾아오는 지금, 우리 성공모델을 전파하는 것은 우리기업과 차세대 숙련기술인의 무대를 넓히는 중요한 일이다. 그들을 돕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 했다. 옛 것을 익히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탐구해야만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성장의 열쇠를 찾는 지금, 우리의 오랜 벗 숙련기술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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