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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설계·공동체 부활·후분양제…3기 신도시 세가지 밑그림
부동산| 2019-11-01 11:10
3기 신도시 후보지 중 한 곳인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일대의 모습. [연합]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 설계, 잃어버린 공동체 부활, 후분양제 시범 도입….’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3기 신도시의 핵심 테마들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국가의 주요 건축과 국토환경디자인 분야에서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위원장은 총리급 예우를 받고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건축과 설계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된다. 승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역대 다섯번째 수장으로 취임했다.

정부 역점사업으로 떠오른 3기 신도시의 밑그림도 국건위가 선두에서 기획하고 있다. 관계부처와 협의가 끝나는대로 설계공모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세간에 공개될 예정이다.

승 위원장이 우선 주목한 부분은 ‘패러다임의 변화’다. 도시 설계 단계부터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기 신도시는) 과거 도시를 만들었던 방법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단순히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이 아닌 질적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주거 수요를 충족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1·2기 신도시 정책은 위로부터 아래의 ‘하향식 주택정책’이었지만, 3기는 주민이 어떻게 살 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상향식 주거정책’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승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3기 신도시는 처음부터 주거·상업·녹지 등 구역별로 구획을 나누고 계획하는 게 아니라 지역 특색과 자연 환경, 여기에 거주민들의 수요까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인 ‘칼 막스 호프(Karl Marx Hof)’의 사례도 상당 부분 접목될 예정이다. 칼 막스 호프는 20세기 시의 주도로 노동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건설됐으며, 건물 길이 1100m로 단일 주거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설이다. 초기부터 수용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외관 형태 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도 각자가 원하는 테마를 고려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주민 공동체 부활도 그가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승 위원장은 ‘아파트 단지화’가 공동체 붕괴의 주범 중 하나라고 지목한다.

그는 “단지화가 되면서 전부 담을 치니까 도시의 도로가 통과를 못하고 빙 둘러서 가게 된다. 결국 섬처럼 남게 되는 것”이라며 “섬처럼 남은 아파트는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려 하고, 다른 유토피아와 서로 비교하면서 결국 적대적 관계를 형성해간다”고 지적했다.

이런 대립적 구도로 인해 도시 공동체가 자랄 수 있는 토대가 처음부터 무너졌다는 것이다.

후분양제 도입도 주요 추진과제로 꼽힌다. 승 위원장은 “선분양 제도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사게 만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건을 직접 봐야 사람들이 개선점을 말하고 아파트가 좋아지는데 주민들 역시 기존 제도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다”면서 “당장 전면적인 도입이 힘들다고 하면 (3기 신도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끈질지게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에 박힌 아파트 설계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승 위원장은 “아파트 평면을 보면 기본적인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다”며 “효율성 등 판에 박힌 논리로만 아파트가 지어지다보니 건축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아파트를 설계하는 방법부터 분양하는 방식까지 조금만 더 진보를 해 보자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3기 신도시를)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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