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0조 돌파 은행 ‘기술금융’…SC제일은행만 역주행
뉴스종합| 2019-11-13 11:33

담보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은행이 우량 기술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 실적이 200조원으로 성장했다.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밀고, 은행들이 호응하면서 시장이 커졌지만 유독 SC제일은행의 실적은 역(逆)성장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술금융 실적은 지난해 1월 131조1893억원에서 올 8월 말 191조7136억원으로 불어났다. 19개월 사이에 46% 정도 성장했다. 매달 평균 3조원 넘게 늘어나는데, 이대로라면 다음달 중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금융은 세부적으로 기술신용대출, 지적재산권(IP)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건물·토지 같은 부동산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자사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돈을 빌리는 게 핵심이다. 은행은 기술신용평가(TCB)를 벌여 기업의 기술 수준을 판단한 뒤 그에 맞는 대출을 내준다.

현재 6곳의 시중은행을 비롯해 특수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저마다 관련 대출상품을 내놓고 기술금융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 중에서 기업은행의 기여도가 가장 높다.

이 은행은 지난 8월 말 59조3187억원을 취급해 총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9%에 이른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기술금융 자료를 보면 시중·지방은행들의 실적인 두루 오름세를 보이지만 SC제일은행만 올해 들어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 은행의 올해 1월 기준 기술금융 취급액은 2055억원이었으나, 8월 말에는 1302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같은 기간 7890억원에서 9225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현재 조직 내에 기술금융 전문인력, 자체 기술 평가모형 등을 마련하지 못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스스로 평가하고 대출 한도 등을 판단할 기반이 없다. 이 경우엔 외부 기술신용평가(TCB)사와 한국신용정보원이 축적한 기술신용정보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은행권에선 SC제일은행이 기술금융에 소극적인 걸 두고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로 해석한다. 이 은행은 상반기 반기보고서에서 “금융의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서민·중소기업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사회공헌 확대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고 적기도 했다.

조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까닭에 모바일 채널을 통한 리테일, 자산관리(WM)에 쪽으로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정책에 하나같이 발 맞출 여건이 못 된다”며 “최근엔 토스뱅크 컨소시엄 일원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규·박자연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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