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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IPO 모델…삼성카드보다 NHN한국사이버결제
뉴스종합| 2019-11-14 11:25

IPO(기업공개)를 결정하고 주간사 선정에 착수한 현대카드가 “시장에서 금융업이 아닌 디지털 IT 기업으로 인정받겠다”고 선언하면서 피어그룹(peer group)으로 간편결제 대장주 NHN한국사이버결제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태영〈사진〉 현대카드 사장은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더 유리한 기업 가치를 받기 위해 상장을 2021년까지 미뤘으면 좋겠다”면서 “기업가치 평가액은 한국 언론이 보도한 21억달러(2조4300억원)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 사장은 이보다 앞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는 금융업 내 신용카드사로서의 밸류에이션 잣대를 받지만 현재 현대카드의 혁신을 감안하면 디지털 IT 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시점에 대한 이야기 보다 디지털 IT 기업으로 평가 받고 싶다고 말한 점에 좀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이 가치 평가 기준으로 IT 기업을 내세운 것은 밸류에이션 기준을 질적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IT 업종, 특히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연 20%의 시장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간편결제나 핀테크 관련 기업은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상장 시기를 늦추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카드업계 업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현대카드가 상장 주간사 후보군에게 2조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예상 시가총액)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어그룹으로 간편결제 관련 대장주인 NHN한국사이버결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NHN한국사이버 결제의 PG 사업 매출에 영향을 주는 페이코의 올해 결제액은 전년 대비 28% 성장한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돼 향후 실적 개선 여지가 크다.

IT업계를 비롯한 일반적인 기업은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한 PER(주가수익비율)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만큼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57%나 성장한 1282억원을 시현한 현대카드로서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NHN한국사이버결제의 12개월 PER은 15.42배에 달한다. 이를 현대카드의 연환산 상반기 순이익(2436억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3조 7563억원까지 나온다. 여기에 통상 IPO 기업의 예상 시가총액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 30%를 감안하면 현대카드의 예상 시가총액은 2조63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반면 금융업은 통상 PBR(주가순자산비율)로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데 각종 건전성 규제와 저금리 기조에 성장이 저해되고 있어 평균적으로 PBR이 1배에 크게 못미친다. 삼성카드 역시 12개월 PBR 추정치가 0.73배에 불과하다.현대카드의 자본총계(3조 2549억원)에 삼성카드의 PBR과 할인율을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1조66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성격이 짙은 IPO인 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현대카드로서는 아쉬운 금액이다.

원호연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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