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인터뷰] “복합쇼핑몰, 이젠 상품이 아닌 체험을 팔죠”
뉴스종합| 2019-11-14 11:33
롯데자산개발 디자인팀. 왼쪽부터 김준영 책임, 이인재 책임, 김선주 대리, 염태연 책임, 주익환 팀장, 조민상 책임.

“과거 복합쇼핑몰은 여러 매장을 한 곳에 모아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익환 롯데자산개발 디자인팀 팀장은 최근 서울 중구 롯데자산개발 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복합쇼핑몰은 쇼핑·오락·여가 등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집약한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 포토존·게임존 등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까지 접목하는 추세며, 이러한 공간 기획과 구성을 통해 복합쇼핑몰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이 디자인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롯데자산개발 디자인팀은 그래픽·인테리어 전문가와 비주얼 머천다이저(VMD)로 구성돼 있다. 복합쇼핑몰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전광판·포토존 등에 적용되는 그래픽 디자인까지 시각적인 부분을 모두 담당한다. 주 팀장은 “디자인팀은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연출하는 일종의 ‘공간 큐레이터’”라고 말했다.

최근 복합쇼핑몰의 변화와 함께 공간 큐레이터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1세대 복합쇼핑몰은 1990년대 들어선 코엑스몰·밀리오레 등으로 여러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 매장 위주로 운영됐다. 이어 2000년대 생긴 아이파크몰, 타임스퀘어 등 2세대 복합쇼핑몰은 쇼핑과 문화를 결합한 공간으로 발전했다.

주 팀장은 “여기에 체험 콘텐츠를 한층 강화한 것이 3세대 복합쇼핑몰”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복합쇼핑몰의 유통시설 비중이 80%였다면, 이제는 60%로 줄이고 나머지 40%를 체험 공간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 공간이 넓어진 만큼 복합쇼핑몰 구석구석 디자인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올해 문을 연 롯데몰 수지점이 대표적이다. 주 팀장은 “공간별로 특색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테마파크 처럼 구성하고, 집객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를 곳곳에 녹였다”고 말했다. 수지점 중앙에는 1층부터 4층까지 관통하는 높이 24m의 LED 전광판 ‘미디어타워’가 설치돼 있다. 숲, 시계탑 등을 담은 미디어아트와 증강현실(AR) 게임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고객들은 센터홀에 모여 시시각각 변하는 미디어타워와 상호작용하며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층마다 AR존도 마련했다. 유아동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AR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슈팅후르츠’, ‘토이사파리’ 등은 퍼즐을 맞추거나 캐릭터에 색을 입히는 등 유아동이 즐길 수 있는 직관적인 AR게임이다. 40여년 전 용인의 모습을 AR로 재현한 ‘백 투 더 퓨처’는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다.

주 팀장은 “미디어타워가 고객들을 쇼핑몰 중심으로 결집시킨다면, AR존은 고객들을 층별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고객들은 각층에 마련된 AR존의 미션을 완수하고 경품을 받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쇼핑몰 구석구석 탐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주 팀장은 “고객들이 복합쇼핑몰에 체류하는 평균 시간은 2시간30분이며, 이를 늘리는 것이 3세대 복합쇼핑몰의 과제”라며 “과거처럼 단독·대형 매장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젠 상품이 아닌 체험을 파는 복합쇼핑몰만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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