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F로 추락한 고객신뢰 회복
핵심성과지표 ‘비이자이익’ 배제
우리은행이 직원의 성과를 재는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비이자이익 부문을 완전히 배제한다. 대신 고객수익률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따지는 배점을 높인다. KPI 목표 달성 기간도 기존 반기에서 연간으로 늘려 고객중심 영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19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손태승〈사진〉 행장은 전날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주재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KPI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추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외형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고객중심·내실위주 영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혁신안에 따르면 KPI는 그동안 24개 평가지표로 구성됐지만 내년부턴 10개로 줄어든다. 본점 차원의 ‘돌격 앞으로’식이 아닌 지점별 특성에 맞는 자율영업이 가능하게 지표를 짠다는 복안이다. 은행의 이익보다 고객을 중심에 두는 영업문화를 위해 고객수익률 등 고객 지표 배점을 5배(2.0→10.0) 이상 상향한다.
특히 종전에 별도로 운영했던 비이자이익 지표를 완전히 폐지하고 위험조정이익(RAR)으로 단일화한다. 비이자이익 전체를 배제하는 건 금융권에선 처음이다. KPI가 이렇게 바뀌면 본점이 일선 영업점에 드라이브를 걸던 영업행태도 변화할 전망이다.
손태승 행장은 “여·수신, 펀드, 방카, 카드 등 사업그룹 상품별로 본점에서 영업점에 목표를 배분하고 실적을 독려하기보다 오히려 고객과 영업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본부 부서간 상품·서비스 연구개발(R&D) 경쟁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손태승 행장은 아울러 조직개편의 큰 틀도 제시했다. WM(자산관리)그룹과 연금신탁으로 나누어진 자산관리 조직을 자산관리 그룹으로 일원화하고, 상품·마케팅 조직을 분리해 자산관리 상품의 리스크(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손 행장은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실행에 주저했던 과제들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혁신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변화와 혁신의 주인공이 되자”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