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거꾸로 가는 동전…시중주화량 역대 최대
뉴스종합| 2019-11-22 11:29

한국은행이 동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벌이고 있는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무색하게 주화 유통량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사업이 예상만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수율이 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카드 등 전자지급결제가 보편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2조원이 넘는 주화가 시중에서 유통되거나 사장 상태로 잠들어 있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현재 주화 발행 잔액은 2조3785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2조3786억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화종별로 보면 500원, 50원, 10원, 5원 등 100원짜리를 제외한 모든 동전의 발행잔액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500원화는 지난달 잔액이 1조2267조원까지 증가했다. 100원화는 두달 연속 늘면서 9581억원을 기록했다.

50원화 역시 역대 가장 많은 1044억원치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고, 10원화와 5원화 이하도 각각 875억원, 16억씩의 잔액을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2016년부터 주화 발행량을 꾸준히 줄여왔다. 2015년만 해도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동전을 발행했다 작년엔 426억원까지 줄였다. 올해는 10월 기준 300억원까지 규모를 축소시켰다.

여기에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병행되면서 연도별 환수율(중앙은행으로 회수된 금액/발행액)은 꾸준히 증가해 4년 전 13%대에서 올해는 10월 현재 90%까지 올라온 상태다.

그러나 이미 상당량의 소재 불명 동전이 시중에 산재돼 있는 상태에서 발행량 대비 회수량이 증가하지 못하다보니 시중 유통량만 늘고 있는 모습이다.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 다음 잔돈을 교통카드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 이용 실적은 저조하다. 한은에 따르면 일평균 이용 건수는 2017년 3분기만 해도 3만4000여건이었는데, 올 2분기 현재 2만5000여건으로 26% 가량 감소했다. 사업 참여 매장이 전국에 3만6000개인 것을 감안하면 매장 당 이용 건수가 하루에 한 건도 채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업 부진의 원인으론 불편한 이용 방식이 꼽힌다. 대부분의 편의점 브랜드는 자사의 포인트 카드나 그와 연계된 교통카드를 통해서만 동전을 적립해주기 때문에 이용자로선 여러 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은은 이런 상황 개선하기 위해 은행권 공동사업으로 전용 카드를 만들어 계좌에 잔돈을 입금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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