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개월간 수업시간에 수시로 언어폭력 행사
학교 관계자 “정년퇴임 2개월까지만 참아달라”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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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담임교사는 담임 직에서 물러났다. 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내가) 정년퇴임 2개월밖에 안남았다. 퇴임 이후에 공론화 해달라”며 외부에 사안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서기에 급했다.
10일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피해부모들이 A교사의 언어폭력을 처음 의심한 것은 아이들이 평소 안쓰던 말과 단어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아이들은 “그 친구 정신줄 놓고 멍 때리고 있어”, “울화통 터지겠네” 등 거친 말을 사용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친 말이 담임 교사의 영향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저 유튜브나 다른 매체에서 배운 말이라 추측했다.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피해학생 부모는 “학기 초부터 담임선생님이 말이 거칠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당시엔 우리가 예민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게 학교인가 하는 마음에 그냥 넘어 가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임교사의 언어폭력은 다수 학부모들의 증언이 쏟아지면서 수면위로 드러났다. 피해 부모들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넌 정신병이야”, “입 닥쳐”, “꼴값 떨고 자빠졌네” 등 막말을 했다. 혼잣말 하는 듯 욕설을 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교사의 이러한 언어폭력을 아이들이 학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학생 부모는 “아이가 집에와서 선생님 말투를 흉내를 낸다”며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배운 말을 서로에게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력적인 훈육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담임교사는 학생을 혼낼 때 다수의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도 돼요?”라고 물으면 나머지 학생들에게 “얘들아 쟤 눈치가 있니 없니?”라 묻고 대답을 유도하는 식이다. 학부모들은 “왕따 문제를 예방해야 할 담임교사가 왕따 분위기를 조장하는 꼴”이라며 “이는 전혀 교육적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분노심과 상대방을 무시하는 방법을 가르치게 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에게 청소 도구를 던지며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 이를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오라고 시키는 일도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이 사진을 찍어오면 개별 학생들에게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상을 줬다. 이밖에도 이 교사는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벌로 급식을 두 번 먹게 하는 벌을 내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실을 인지한 학교장은 외부에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막아섰다. 피해 부모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 항의하자 학교 교장 선생님은 “2개월 뒤면 정년퇴임이니 그 뒤에 공론화 해달라”고 회유했다. “외부에 알려지면 학교를 그만 두겠다”는 협박을 학교장이 학부모들에게 하기도 했다.
현재 담임선생님은 교체된 상태다. 학교는 반 학생 19명 중 14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피해 학생 부모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피해 상황을 떠올리며 상처를 끄집어 내야 하는 데다, 학폭위를 열어봤자 ‘격리(분리)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해 부모들은 해당 교사의 잘못을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겨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취재진은 학교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으로 할말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피해 학생 다수는 현재 다양한 형태의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외향적인 아이가 대화를 거부하고, 부모가 야단을 치면 “이 세상 살기 싫다.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단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주눅이 들어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대화도 하지 않고 화장실도 못 가고 책상에 앉아만 있는 아이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전문 아동심리센터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할 예정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수사중이다. 경찰은 지난 4일 해당 사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A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중이다. 9일 오후 피해자 부모들은 1차 경찰 진술을 마친 상태다. 경찰은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를 대동해 피해 학생의 진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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