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사용중단’ 권고 내년 상반기까지…담배업계 ‘아연실색’
뉴스종합| 2019-12-13 09:50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 담배업계가 아연실색이다. 폐질환 유발물질로 알려진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소량이지만 일부 나온데다 ‘사용중단’ 권고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액상형 제품의 주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린(VG)의 유해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판매 재개가 어려운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꼬리내린 담배업계 “결과 분석 중”=정부의 액상형 제품 성분 조사 결과 폐질환 유발물질인 THC(대마유래성분)은 조사 대상인 153개 제품 모두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마약의 일종인 대마 사용이 금지돼 있다보니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폐질환 유발물질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무색·무취로 THC와 점도가 비슷하다보니 THC를 증량하거나 희석할 때 혼합하는 물질이다. 담배업계는 국내에서 제품에 THC 성분을 쓰지 않다보니 당연히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도 없을 것으로 단언했다.

하지만 정부 조사 결과 유사 담배 뿐아니라 담배 제품에서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쥴랩스의 ‘크리스프’와 KT&G의 ‘토박’에서 각각 0.8ppm과 0.1ppm이 검출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국 제품에서 검출한 수치인 23~88%(23만~88만ppm) 수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량이지만, 담배업계가 이 성분을 사용 안했다고 단언한 이상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KT&G와 쥴랩스코리아 등은 자체 검사를 통해 검출되지 않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왜 정부 분석결과 발견이 됐는지 정부의 검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16개 액상형 전자담배 및 137개 유사 담배의 주요 유해성분 분석 결과. [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PG·VG까지 문제…내년도 판매 어렵다=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인체의 유해성 연구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사용중단’ 권고를 유지했지만, 업계에서는 하반기가 돼도 관련 제품의 판매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진행된 유해성분 연구처럼 연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다 정부가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은 비타민E 아세테이트까지 검출하는 등 성분 분석을 매우 예민하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내년 상반기 중 발표 예정인 ‘인체에 흡입돼 영향을 주는 배출물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에서 이번에 진행된 6개 물질 외에 니코틴, 카르보닐류 6종,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 2종 등이 추가되는 점도 판매 재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전자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연기의 99%가 수증기이지만, 혹여 나머지 1%에 유해 물질이 있는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기준 유해 물질 가짓 수가 늘어난 만큼 검출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주성분인 PG와 VG를 문제 삼은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PG와 VG는 액상 제품의 기화를 도와주는 용매로, 이번 조사 대상 153개 제품에서 모두 나온 성분이다. 정부가 이 성분에 대한 인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이 성분이 인체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액상형 담배 판매가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은 성분이 검출될만큼 정부의 유해성 연구가 매우 예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상 유해성분이 늘고 PG와 VG의 유해성까지 문제 삼으면 국내에서 액상형 제품을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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