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헤럴드포럼-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세 번의 떡국으로 시작하는 새해맞이
뉴스종합| 2020-01-03 11:34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지만 새해라고 하는 것은 희망의 날들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각오를 저마다 다짐하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이런 새해의 의미를 서로에게 전달하기 위해 어른에게 세배도 올리고 세찬도 먹는 것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새해 첫날 떡국 한 그릇 먹는 일은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일 중에서 으뜸이지 아닐까?

어린 시절 살던 동네는 집성촌이었다. 그래서인지 새해 첫 새벽에 항렬 낮은 집에서는 정성들여 만든 떡국을 들고 어른 집에 세배를 다니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 집은 중간 항렬쯤 됐는데 떡국을 받기도 하고 만들어 가기도 했다. 받은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새해가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이런 풍습도 언제부터인지 사라지고 떡국은 새해뿐만 아니라 그냥 일상 속에서 간편식으로 먹는 음식의 하나로 변해버린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새해 첫날 떡국 먹는 일이 많아 그 아쉬움을 좀 달래줬던 것 같다. 모두 다 알다시피 서울시의 새해맞이 첫 행사는 보신각 타종행사다. 새해의 0시부터 33번의 타종을 함으로써 새해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게 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새해맞이를 함으로써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런 타종행사시 서울시 관계자들은 시민안전과 행사진행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타종행사가 끝나면 대개 새벽 1시경이 되는 데 이 때 타종하신 분들과 함께 첫 번째 떡국을 먹음으로써 새해가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잠시 눈을 붙이고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산행을 하게 된다. 어둠을 가르며 새벽을 열어가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산을 오르다 보면 새해 다짐을 저절로 하게 된다. 정상에 올라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산을 오르면서 다짐했던 새해 약속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산행을 마치고 나면 새해 두 번째 떡국을 먹게 된다. 새해 첫날 10시쯤 되면 국립 현충원에 들러 참배를 하게 된다. 참배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간단한 신년 인사를 하게 된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해 계획을 간략히 피력하기도 하고 한해의 시작을 잘 하자는 각오를 서로에게 다짐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 이때 세 번째 떡국을 먹게 된다.

퇴직을 하고 처음 맞는 새해 첫날에 이렇게 세 번씩이나 먹던 떡국이 없어 홀가분함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은 떠나고 나면 그 자리에 있을 때 좀 더 잘할 걸 하고 생각하며 후회를 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많은 일들을 한 것 같은데 자랑스러움보다는 미진함이 더 마음에 남는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들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상하 직원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일했으며 더 좋았을 것 같은 미련, 아닌 것을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서울시정이 바른 길로 가는데 조그마한 기여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안타까움 등 많은 상념이 오간다.

이제 나는 세 번씩 먹는 떡국에서는 졸업했지만 새해 첫날 두세 번씩 떡국을 먹는 서울시 동료들이 공직에서 떠난 뒤 나처럼 후회가 많이 남지 않도록 일을 했으면 하는 기원을 해본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생각하고 서울시의 발전을 그리면서 먼저 떠난 사람들이 하지 못한 일들을 멋지게 처리함으로써 자랑스러운 서울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떡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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