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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이 최후의 날 같아”…中 우한 의료시스템 ‘마비’
뉴스종합| 2020-01-25 15:27

[헤럴드경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즉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 지역의 의료 시스템이 마비됐다.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지정 병원들의 시설 및 의료진 등이 쏟아지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를 격리하기는 커녕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질병의 진원지에서부터 질병 통제가 제대로 되지 못하다 보니 당분간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우려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병에 걸린 남편을 입원시키려는 샤오시(36)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한의 상황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샤오 씨의 남편은 열흘 전부터 열이 났고,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했다. 이에 병원 4곳을 방문했지만, 병실이 부족하고 검사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치료를 거절당했다. 샤오씨 남편은 한 병원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바이러스 검사 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씨는 인터뷰에서 “구급차를 불렀는데 출동하지 않았다”라며 “병원에서는 (남편에게 격리는 커녕) 항생제 처방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편은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모두 불행한 운명을 맞게 될 것 같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이 ‘최후의 날’처럼 느껴졌다”라고 덧붙였다.

샤오 씨는 또 “밀려드는 환자들로 공중보건 시스템이 통제를 벗어났다”라며 “환자 가족들이 병상을 얻고 진단을 받기 위해 의료진과 싸우는데, 정말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CMP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병원 복도가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 차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담겨있다. 환자들이 밀려드는 상황을 절규하는 의료진의 통화 영상도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씨는 또 “정부가 치료 비용을 모두 지원하기로 했지만, 확진 판결이 나기 전에는 자비로 치료를 받는다”라며 “하루에 약값으로 수백에서 1000위안(약 16만8000원) 정도를 쓰는데, 많은 사람이 비용을 감당 못 해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한에서 사는 왕모씨도 자신의 삼촌이 지난 15일부터 기침을 해 20일 병원을 찾았다. 왕씨는 “”CT 촬영 결과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단됐지만 ‘우한 폐렴’으로 확신할 수 없어 입원하지 않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왕씨의 삼촌은 사흘이 지난 23일 열이 나 구급차를 타고 다른 병원엘 방문했고, 운 좋게 마지막으로 남은 병실에 입원할 수 있었다.

천후이팡씨는 ‘우한 폐렴’ 확진을 받은 어머니가 병원 4곳을 방문했지만, 입원실이 없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고자 우한과 인근 도시에 봉쇄령을 내리고, 외부와 연결되는 항공과 기차 등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1000개의 병실을 갖춘 병원을 긴급 건설 중이다. 인민해방군 소속 군의관 40명도 질병 치료를 위해 우한 지역으로 급파됐지만, 급증하는 폐렴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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