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법, ‘화이트리스트 작성’ 김기춘 파기환송…강요죄 무죄 취지
뉴스종합| 2020-02-13 11:53
김기춘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박근혜 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를 불법으로 지원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1)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의 행위가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부 무죄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 역시 일부 파기환송됐다.

재판부는 “대통령 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그 지위에 기초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특정 정치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가 곧바로 강요죄에서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경련 관계자들이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전 실장 등은 허현준(52) 전 청와대 행정관, 박준우(57) 전 정무수석, 신동철 (59)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56) 전 문체부 1차관 등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2014년 2월부터 어버이연합, 엄마부대봉사단 등 31개 단체에 모두 69억원이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지원은 2016년 10월 ‘정부가 친정부 성향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관제데모를 연다’는 언론보도가 나올때까지 계속됐다.

1심과 2심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가 2심에서는 유죄로 바뀌었으나 형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정무수석실의 전경련에 대한 자금지원 요구가 전경련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 전경련이 시민단체 자금지원과 관련해 그 대상 및 지원금액 결정에서 자율적인 판단과 심사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전원합의체를 통해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연루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실장 등이 특정인에 대한 국가 보조를 끊으라고 지시한 점은 직권남용이지만, 이미 작성된 리스트를 보고받는 등의 업무행위는 범죄가 되는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대법원의 지난 전원합의체 선고가 이날 김 전 실장 등의 선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살펴봐도 김 전 실장 등의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지원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해 범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jin1@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