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SK이노-LG화학 합의금 최대 5000억원 추산”
뉴스종합| 2020-02-17 11:28
LG화학 직원들이 생사된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왼쪽).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제공]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소송 예비결정을 받아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취했던 ‘전투모드’에서 ‘협상모드’로 빠르게 국면을 전환하고 있다. 열세에 놓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약 3조원 가까이 투자한 미국 사업을 사수하려면 합의 외엔 달리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화학 또한 1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을 서둘러 종결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힘을 쏟아야할 처지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과거 특허침해 소송 과정에서 취한 태도에 비춰볼 때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미국 내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받거나 특허 구매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분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천문학적 배상금+매몰비용 SK 합의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 ITC의 예비 결정 이후 양사 실무진은 발빠르게 핫라인을 구축하고 조기 합의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조만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내용이 담긴 결정문이 나오는 즉시 물밑접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결정문은 오는 18일(한국시간) 저녁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아직 합의 절차에 돌입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이미 지난해 양사 대표들이 회동을 갖기 전부터 핫라인을 구축하고, 최근까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 우선 결정문을 본 다음 합의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현재로선 SK이노베이션 측과 일체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가 없다면 ITC의 최종결정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 모듈, 팩 등과 관련한 부품·소재를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게 돼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오는 10월 ITC 최종결정까지 주어진 시간은 8개월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과 관련한 우발채무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 발빠른 합의가 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패소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소송비용 뿐만 아니라 미국 공장 등 유형자산이 회계상 손상차손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지난 1년간 소송전으로 인해 지출한 비용만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에 실패해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최대 5000억원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측에서 합의를 위한 만남을 요청해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향후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주목받는 합의 방식…배상금+로열티가 유력= 양사 간 합의가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합의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과거 LG화학의 유사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중국 배터리 기업 ATL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소송을 벌이며 ITC 제소까지 갔다. 결국 ATL로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3%를 매년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분쟁을 조기 종결했다. 지금의 SK이노베이션 사례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양사가 이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관련 특허에 대한 구매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5000억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특허를 구매해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양사의 합의는 LG화학이 만족할 만한 적절한 배상금과 로열티의 규모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발을 빼고 있던 산업자원통상부의 역할론도 다시 제기된다. 그동안 특정 기업의 편을 들 수 있어 움직임을 자제해왔던 산자부가 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거의 윤곽이 다 드러난 마당에 산자부가 이젠 대화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은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재훈·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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