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자치구-주민 한마음으로 뭉쳤다…방역·경제 두토끼 잡기
뉴스종합| 2020-02-28 09:04
마포구 상암동 주민센터 직원이 익명의 중년남성이 홀연히 건넨 돼지저금통과 현금을 세고 있다. [마포구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최원혁 기자] 서울 성동구청에 근무하는 이모씨와 동료 직원들은 지난 26일 사근동 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사근동은 성동구의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동네로 주민들 불안감이 높았다. 사근동 골목 상권에는 냉기가 돌았다. 인근 한양대가 신학기 개강을 연기하고,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중식당 등은 아예 임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성동구는 침체된 사근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 국별로 순번을 짜 모든 직원이 사근동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중식 뿐 아니라 저녁식사와 간식 배달까지 사근동에서 주문하는 게 구청 방침이다.

이처럼 서울 자치구들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방역과 함께 침체된 경제도 살리려는 노력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공무원과 주민은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다.

28일 마포구(구청장 유동균)에 따르면 지난 26일 한 익명의 기부자가 코로나19로 인해 바빠진 관계 공무원 등을 격려하는 응원편지와 함께 돼지저금통이 포함된 기부금 약 90여만원을 상암동 주민센터에 전달해 왔다. 구 관계자는 “이날 익명의 중년 남성이 오전 11시50분께 상암동주민센터를 방문해 근무 중이던 직원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고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며 “봉투에는 60여만원이 든 돼지저금통과 30만원이 든 현금봉투, 편지가 있었고 직원이 급히 남성을 뒤쫓아 갔으나 남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했다.

편지에는 ‘코로나19로 슬픔과 어려움을 당하신 분들에게 저의 작은 정성과 마음을 전달합니다. 힘들지만 모든 이웃이 힘이 되어 코로나19를 이겨냅시다. 고군분투하는 관계 공무원과 헌신하며 봉사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구는 이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상암동 지정기탁으로 처리했다.

서초구(조은희 구청장) 남부터미널에는 지난 27일 여성민방위대가 떴다. 여성 55명으로 이뤄진 자원봉사부대인 이들은 부족한 인력에 힘을 보태고자 남부터미널에서 열화상카메라로 대중교통 이용객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을 맡았다. 매일 16명씩 2인 1조로 서울로 올라온 상행승객 전원의 발열을 살피고 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오른쪽)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자율방역대와 함께 청량리종합시장에서 방역을 하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전통시장이 많은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에선 전통시장 상인들이 직접 자율방역대를 조직했다. 지난 27일 발대식에는 21개 전통시장 상인 4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때까지 4000여 점포를 대상으로 자율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유덕열 구청장은 “구에서도 전통시장 방역이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호복 등 방역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시내 곳곳에서 ‘임대료 인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송파구 문정동의 건물주 A씨는 소유 건물에 입점한 10개 점포에 대해 향후 3개월 간 월 임대료 30%(2000만원 상당)를 인하하기로 했다. 도시재생사업 추진과 맞물려 도심 공동화까지 우려되던 풍납동에서도 동참 소식이 들려왔다. 세입자의 임대료 인하 요청에 흔쾌히 응한 풍납동의 건물주 B씨는 향후 3개월 간 월 임대료 12%(20만원)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락동의 건물주 C씨 역시 입점 점포의 경영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월 임대료 100만원 상당을 장기간 유예하기로 했다. 특히 C씨는 지난 25년간 입점 소상공인들의 임차 보증금을 동결하고, 평소에도 경영 상태가 어려운 점포에 월 임대료를 인하하는 등 지역경제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마포구 최대상권인 홍대지역에서도 임대료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창송 홍대건물주협회장은 본인 소유 건물 9개 층 전체에 대해 2월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세입자들과 최근 합의했다. 유동인구가 줄고 외국 관광객의 방문 또한 감소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2237명의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적 임대료 인하 운동을 펼친 결과 많은 건물주들이 동참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마포구는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건물주들을 위해 해당 건물의 방역, 소독, 전기안전 점검 등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대문구 경동시장 임대인은 오는 3월부터 5월까지 점포 임대료를 2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경동시장 내 임차인 점포 748곳이 3개월간 총 2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절감할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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