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취재만 했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코로나 검사, 불안에 떤 20시간
뉴스종합| 2020-03-04 11:17
코로나19 관련 자원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는 의료진 모습. 대구=김병진 기자

[헤럴드경제(대구)=김병진 기자]20대 딸이 지난주부터 몸살기가 있다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야식 겸 저녁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드는 터라 역류성 식도염 때문일 거라는 아내의 말에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1일부터 딸의 상태는 심각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에 있다 보니, 딸은 누가 뭐라지 않았지만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그러던 중 딸이 최근 함께 식사를 한 지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 가족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딸의 체온은 37.5도 사이를 오르내리고 마른 기침을 쉼없이 했다. 영락없는 코로나19 증상이었다.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 주재기자로서 한달 넘게 코로나19 관련 취재를 했지만, 막상 딸이 확진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마음이 급해지고 불안해졌다. 뭘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섣불리 보건소로 갔다가 없던 병도 옮아올 것 같아 주저했다.

온 가족 모두가 전화기에 매달렸지만 관할 보건소와 콜센터 1339는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통화가 됐다. 보건소에선 현 상태를 물어보고 자가격리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일러줬다. 의료진이 이튿날 집으로 방문할 거라고도 했다.

2일 오후 3시가 좀 넘어서야 자원봉사 중이라는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2인 1조가 돼 집에 도착했다. 극도로 민감한 지역 분위기를 우려해서인지 이들은 이웃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사복 차림으로 일반 차량을 이용해 방문했다. 그리곤 조용히 입구에서 방호복 등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검체를 채취하는 등 10여분의 검사 시간이 흘러갔다. 코로나19 검체 검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결과는 하루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의료진들은 다음 장소로 가기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감사하다는 인사말에 이들은 “그냥 사명감 하나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만약 열이 더 나거나 하면 꼭 전화하라”고 했다. 결과가 걱정돼 밤새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검사 후 20시간쯤 지난 3일 오전 11시께, 딸의 핸드폰에 문자 알림이 울렸다.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이며 추후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으시면 연락바랍니다.”

온가족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딸의 기침은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체온도 계속 오르내리길 반복하고 있다. 딸은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자가격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나마 젊은 나이여서 잘 견디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대구는 신천지 교인 우선 검사 정책으로 많은 시민들이 고통받았다. 정부는 3일에서야 일반 시민 검사를 확대한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검사를 가족이 경험하고 보니 지역감염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선 현장중심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

대구=김병진 기자

딸이 보내준 대구 달서구 보건소의 음성 판정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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