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마스크 줄서다 고성·주먹다짐…판매처 경찰경비 요청도
뉴스종합| 2020-03-04 11:33

“헛걸음 하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기다리지도 않았어.”

지난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하안동의 한 약국 앞.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기다려도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는 50대 여성은 “약국에서 50번까지 (대기)번호표를 지급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들었다”며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놨다.

오전 8시45분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이 약국 측은 판매 개시 15분 만에 오전 9시께 “대기표 50장 배부가 완료됐다”고 알렸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오전 9시가 넘자 하나둘씩 흩어졌다.

4일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품귀 현상에 대응하고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한 지 정확히 1주일째가 됐지만 마스크 품귀 현상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기표를 놓고 사람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지원을 요청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농협 하나로마트.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던 사람과 뒤늦게 판매 시간에 맞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오후 2시에 판다고 하고 대기표를 미리 나눠 주면 어떻게 하냐”며 농협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사이에 이미 대기표를 받고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들이 합세한 것이다. 결국 시비는 늦게 온 사람들과 농협 직원들·대기표 받은 사람들 간 말다툼으로 번졌다.

이 매장은 다음날인 3일부터 판매 시간인 오후 2시부터 해당 날짜가 도장으로 박힌 대기표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또 손가락에 ‘○’ 표시의 도장을 찍어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것을 차단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판매)시간에 맞춰 나눠 달라는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손가락 도장은 줄을 서지도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사 가는 경우가 있다는 제보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불상사 우려에 미리부터 경찰 지원을 요청하는 매장도 있다. 이날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말, 대구의 한 우체국에서 경력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몰려드는 인파와 쏟아지는 불만에,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우체국 측이 판단하고 판매 전에 미리 경찰에 연락을 한 것이다.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오고 가자 지나가는 행인이, 이를 112에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마스크 판매 초반에 판매처나 행인들이 혼잡한 모습을 보고 경찰에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있다”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자체 경비를 활용하라고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마스크 구매에 따른 폭력 행위 등이 보고된 적은 없다”고 했다.

마스크 판매 개시 전에 판매 업소 인근 집중 순찰을 진행하는 경찰서도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하나로마트 등 10개 관내 마스크 판매 업소 주위 순찰을 강화했다.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오후 2시부터 업소들이 마스크 판매를 개시해, 30분이나 1시간 전부터 업소 인근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판매점도 마스크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30대 남성은 “최근에 10개에 3만9900원짜리 마스크를 인터넷을 통해 주문했는데, 물량 부족으로 주문이 자동 취소됐다”며 “이후 들어가 보니 마스크가 4만9900원으로 올라있더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물량을 늘이면서 유통업체는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는 것 이 전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여의도점은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공적 판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약국, 우체국 등에 입점되는 물량이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유통업체로 입점되는 수량은 현저히 감소한다’는 안내문을 써 붙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여의도점에서만 관련 안내문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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