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직도 없다니 황당” vs “오늘 처음 샀다”…‘마스크 5부제’ 첫날 시민들 온도차
뉴스종합| 2020-03-09 10:27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 앞.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의 일환인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이날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고 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박상현 기자]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마스크 5부제(이하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약국을 방문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시민은 ‘5부제 덕에 마스크를 샀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또 다른 시민들은 ‘5부제를 한대서 아침부터 약국에 왔지만 다 떨어지고 없다’며 아쉬운 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5부제는 출생 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지정된 날에만 공적 마스크를 1인당 2매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월요일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 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우체국·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2매 살 수 있다. 지정일에 구매하지 못했을 경우 주말에 구매가 가능하다. 중복 구매 확인 시스템(DUR)이 깔리지 않은 우체국과 하나로마트는 당분간 출생 연도·재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마스크를 하루 1매 살 수 있다.

5부제 시행 첫날인 이날 오전 경기 고양의 한 주상 복합 아파트 내 위치한 A약국 안에는 이미 5명 남짓한 사람들이 줄을 서 마스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확인하느라 마스크 구매에 평소보다 더 시간이 소요되는 모습이었다. 이 아파트 주민 이모(39)씨는 “출근하기 전에 마스크를 받아 가려고 (오전)8시부터 약국 앞에 와서 줄을 섰다”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오전 9시 5분께 같은 아파트 내 B약국에서는 김모(74)씨가 화가 난 얼굴로 나왔다. 김 씨는 “남편과 함께 왔는데 마스크가 벌써 다 떨어졌다. 다른 약국을 가봐야 한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B약국 약사는 “출근하기 전에 산다는 사람이 많아서 40분가량 빠른 오전 8시 20분에 문을 열었는데 일요일에 팔고 남았던 물량이 벌써 다 나갔다”며 “오늘(9일) 공적 마스크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9일 오전 경기 고양의 한 약국 외부 모습. ‘공적 마스크 도착 예정 시간을 알 수 없다’는 문구와 마스크 5부제에 대한 설명이 부착돼 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에서도 마스크가 아직 입고되지 않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이 보였다. 1971년생인 직장인 A 씨는 “오늘 5부제 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잠깐 나왔는데 마스크가 없으니까 황당하다”라며 “5부제가 나을 수도 있는데 직장 다니는 사람은 어차피 시간이 주말 밖에는 안 되니까…나도 겨우 (회사에서)나왔는데 지금 다른 약국으로 가 보려 한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5부제 덕에 마스크를 구매했다며 기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1946년생 김모 씨는 “5분 만에 샀다”며 “그 전에는 줄 서는 거 보고 나오지도 않았는데 5부제로 하니까 기다리지도 않고 시간도 5분의 1로 줄어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약국에서 만난 태모(69) 씨도 “오늘 처음 (마스크를)샀다”며 “그 전에는 이곳저곳을 다 다녀도 못 샀는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5부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일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맘카페의 한 이용자는 ‘마스크 5부제 청원에 동참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100명 사전 동의를 위한 글을 게시했다. “아이가 4명인 주부”라 밝힌 청원인은 ‘(생후)32개월(생인)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줄을 서고 순번이 안 되면 허탕을 친다. 5부제를 하면 해당 요일에 무조건 구입이 가능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해당 글에 다른 이용자들은 ‘그래도 번호표 받고 줄서서 사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시스템을 요구한다. 점차 나아질 것’ 등의 댓글을 달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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