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코로나發 납기지연에 국제분쟁 불안…로펌 기업 자문 쇄도
뉴스종합| 2020-03-10 10: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 라인이 순차적 휴업에 들어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모습.[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이민경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과의 무역거래, 인수합병(M&A), 해외지부 근로자 수당지급 등의 분쟁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로펌에는 관련 자문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분쟁이 생길 경우 계약 미이행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인지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선박 부분품인 블록을 공급받던 삼성중공업은 생산차질로 선주사에 ‘불가항력(force majeure)’ 사유를 통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춘절기간 연장과 이동제한 등으로 중국 닝보와 산둥조선소에서 블록공급을 제때받지 못한 탓이다. 중국 조선소와 제조업체는 이미 코로나19로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일본 조선업체들도 선주들에 1개월 납기 지연을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블록공급량을 늘리는 등의 방안은 검토하는 한편, 계약납기 지연 가능성에 대비에 선주사들에 불가항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경우,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에서 불가항력 사실확인서를 발급해 중국법원에서 손해배상 등에 대한 면책을 인정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법원의 경우에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을 면책 원인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국제중재팀의 김세진 미국 변호사는 “중국 업체의 납기 지연으로 인한 ‘불가항력’ 법률문제와 민간업종 인수합병(M&A)가격 조정리스크, 근로자 수당 지급 문제 등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주요 법률이슈로 꼽히고 있다”며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현지사업에 어려움이 생겨 계약상 의무위반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부품공급망을 갖춘 기업들의 납품기일문제다. 통상적으로 기업간 무역거래 계약서에는 태풍이나 홍수, 지진 등 ‘피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인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면책사항에 포함된다고 해서 국내업체들에게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업체에서 부품을 조달받아 상품을 외국기업에 파는 한국기업의 경우, 중국업체와 외국기업 양측과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기업간 거래분쟁이 있을 경우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속한 나라의 준거법에 의해 소송 및 중재가 이뤄진다. 중국업체를 상대로는 코로나19가 불가항력으로 인정됐지만, 외국기업과의 분쟁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여기에 대한 손해는 한국기업이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실제 국제소송에서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전염병이나 질병의 확산을 불가항력으로 인정한 사례가 드물다.

국제 기업 인수합병(M&A)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M&A자문을 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일시적으로 상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냐, 악영향이 장기화될 것이냐를 두고 가격조정 어려움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 부진이 심화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현지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이번 사태로 춘절 휴가기간을 연장한 이후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기업이 사업장을 폐쇄하고 직원을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법무법인 광장 중국팀은 중국현지 사무소의 사업장 운영을 중단해야 할 경우, 각 중국 지방의 규정에 따라 처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장 중국팀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조치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특수시기 동안에는 정상적 근무를 제공할 수 없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해제하거나 파견근로자를 돌려보내선 안된다”며 “격리조치 대상자에 대한 근로자 급여도 중국 노동법에 따라 현지 최저급여기준의 8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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