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알바 잘린 청년 돕는 서울市 ‘청년긴급지원’…대학생들 “진입장벽 높아 허탈”
뉴스종합| 2020-03-16 10:11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한 상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김빛나 수습기자] #1.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맥줏집에서 8개월째 오후 3~10시, 하루 7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업준비생 김모(24) 씨는 얼마 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손님이 줄어 가게를 임시 휴업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뉴스를 통해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등이 사라진 청년들을 긴급 지원하는 ‘서울시 청년 긴급지원’을 알게 된 김 씨는 이를 신청하려 했지만 ‘단순 근로시간 단축’에 해당돼 지원 자격에 들지 못했다.

#2. 서울 마포구 동교동 근처에서 오전 시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6) 씨도 코로나19로 지난 1일부터 아르바이트를 쉬고 있다. 이 씨 역시 스터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청년 긴급지원’을 받으려 했으나 자격에 해당 사항이 없어 지원하지 못했다. 이 씨는 “서울시가 지원한다고 해서 희망을 가졌는데, 요건이 까다로와 포기해 버렸다”면서 “개인 카페 아르바이트라 사장님과 구두로 계약해 근로계약서를 안 썼는데 대학생 중엔 이런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제·단기 근무나 일용 근로, 아르바이트 등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직하거나 해고된 서울 거주 만 19~34세의 미취업 청년에게 긴급 수당을 신속히 지원하는 ‘청년 긴급지원’을 최근 공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근무시간과 소득이 줄었지만 지원 자격에 해당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시의 ‘코로나19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잃은 청년에 대한 긴급수당지원 공고’에 따르면 단순 근무시간 단축이나 연기, 대학·대학원에 재·휴학 중인 사람 등은 해당 지원에 신청을 할 수 없다. 신청을 위해서는 본인의 근로계약서나 단기 근로 확인 가능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대학생들은 이 같은 진입 장벽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백번 양보해 해고된 사람이 더 시급하니 급한 사람 500명을 선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학교 재학생이랑 휴학생이 안 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 20대 초반이라 대학생이 많은데 왜 요건에 안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씨도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전업이 아니라 쪼개서 일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이 더 많을 것 같다”며 “처음엔 제도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신청서에 사업주의 서명이 들어가는 것도 아쉽다”며 “잘렸는데 사업장 찾아가서 사장님한테 사인 받는 것도 사장님 입장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잘랐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상당수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중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아르바이트생 또는 청년을 배제하는 것은 세심함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라며 “시(市)에서 발 빠르게 선제적으로 정책을 시도한 건 의미가 크지만 미흡한 부분에 대해선 추가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청년수당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하다 보니 대학생이나 휴학생은 지원이 힘들어지는 등 아쉬운 일이 생길 수 있다”며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거나 사업주의 날인을 못 받은 경우엔 문자나 이메일 같은 기타 서류로 증빙이 가능하고 그 외에는 외부 심사단이 평가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긴급 지원에 해당하지 못한 사람들도 프리랜서 지원 사업이나 기타 서울시의 사업들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