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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최악 위기 자영업-취약계층 ‘재난기본소득’ 논란…지원 대상·재원이 문제
뉴스종합| 2020-03-17 09:46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생존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과 취약계층에게 일정 생활비를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주시가 처음으로 취약계층에 52만7000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고, 지자체·여당에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긴급 재난생활비나 재난기본소득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폈다.

문제는 지원 대상의 선별과 재원이다. 그동안 매년 크게 늘려 올해 512조원에 달한 예산에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기존에 지원해온 양육수당·기초연금 등 각종 현금성 지원과 이번 추경에서 새로 도입한 소비쿠폰 등을 연계하고, 지원 대상 계층을 정밀하게 선정할 경우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한 진지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 및 치밀한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생계가 곤란해진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제정책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윈회의 전체회의에서 2020년 추경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난기본소득은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파산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와 생계가 곤란해진 취약계층, 실업자 등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현금 또는 현금성 바우처 등을 지원하는 직접적 소득지원 제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본과 마카오 등 일부 국가에서 처음 도입됐고, 최근엔 호주·홍콩·싱가포르·대만 등이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주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5만여명에게 3개월 동안 전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52만7000원의 체크카드를 다음달 지급키로 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재난기본소득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 부산지역 총선후보들이 16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부산경제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현금 지원이나 지역화폐 등으로 1인당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부겸 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도 “생업과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주저앉은 경제적 약자들에게 국가가 비빌 언덕이 돼야 한다”며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촉구했다.

정부는 부정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 답변에서“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재정건전성, 재원 문제가 있다”며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게 되면 25조원에서 50조원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을 지원하는 것으로 가정해 재정 소요를 부풀림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한 무성의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상품권 대신) 지급 대상을 한정하고 소득보전 효과가 더 큰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여지는 없나’라는 질문에는 “추경안에 담긴 소비쿠폰, 돌봄쿠폰이 2조4000억원”이라며 “이것이 어떻게 보면 어려운 계층을 위한 맞춤형 작은 규모의 재난지원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국 문제는 지원 대상에 대한 정밀한 분석·선정과 재원 확보 문제로 집약된다. 이미 정부도 다양한 형태의 현금(성) 지원을 실시하고 있고, 이번 추경에도 상당부분 추가 반영했다. 기존에 지원해온 각종 수당과 이번의 소비쿠폰을 연계하고 생계가 어려워진 계층을 선별할 경우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민 생존권을 지키는 국가의 전례를 만들 수 있다. 진지하고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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